기계치도 사랑한 디지털 노트, 안녕 : D

정말 나는 기계치다. 남들한테 설명하기 창피할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것엔 별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모르는만큼

차고 넘치는 혜택들을 못봤다는것은 아마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휴대폰도 1년에 한번은 꼭 바꿨고 최신모델이 아니면

사질 않았었다. 기능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고 단지 예쁘게 생기고 유명하단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좋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도

그 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말짱도루묵이다. 나는 그렇게 성능 좋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화 걸고, 받고...또

문자 보내고 그게 다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mp3나 디지털 카메라 같은 경우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사용한다. 솔직히

사용설명서를 아무리 훑어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뭔가 딱딱해보이는 내용들이라 외면하기 일쑤였다. 그러니

지금까지도 나는 기계치로 살고 있다. 디지털에 관련된 용어를 듣게 되면 그저 모르는 영어단어일 뿐이라고 생각 했다.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기계들과도 매번 끙끙거리며 씨름하는 나에게 이책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솔직히

누굴 붙잡고 일일히 물어볼 수는 없어서 그냥 모르고 살았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는 왠만큼은 알아버린 기분이다. 물론 더 복잡하고

자세하게 쓰인 책들이나 지식들이 많겠지만  이정도면 나같은 기계치들도 흐뭇한 마음으로 한번 더 핸드폰이나 mp3를 쓰다듬어

줄지도 모르겠다. '요렇게 똑똑한 아이였구나'하고.  딱딱한 내용을 다룰거라 으레 짐작했지만 책표지가 너무 깜찍하고 예쁘다.

예쁜 책만큼이나 내용도 너무 깔끔하고 재밌어서 놀랬다. 어쩌면 딱딱할지도 모르는 기계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요점만

추려놓은 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특히 모든 기계치들의 대변인이라고해도 좋을 순이와 저자의 대화내용은 날 충분히 미소짓게 했다.

거대한 계산기 에니악이 손안에 잡히는 컴퓨터가 되기까지의 과정들. 지금은 너무나도 흔해빠져버린 컴퓨터가 되었지만 우리가

이처럼 편한 e세상을 살게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깔끔하고 재미있게 정리되어 있었다. 인터넷만 그저 죽어라고 했던 나에게 적어도

듀얼코어가 뭔지, 쿼드코어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랄까. 한참 삐삐를 사용하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삐삐를 어떻게 치고

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공중전화박스를 축소해서 들고 다닌다. 그때는 삐삐가 완전 소중한 존재였다.

그 당시 핸드폰이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 꿈을 넘어 최첨단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다.

그밖에 노트북, MP3, 게임기, IT에 관한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쓰여 있는데 MP3의 발전은 여전히 난 조금은 씁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듣는것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 기술의 발달로인해 다른 것들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놀라운 MP3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명되었다는것이 그저 감탄에 또 감탄일 따름이다.

책의 처음에 나와있다시피 정말 매트릭스의 네오와 같은 눈을 가지게 된다면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디지털 신호를 보고

비명을 질러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도 우린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엄청난 디지털기기의 신호들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세월이 조금 흘러 2010년대를 훌쩍 넘겨버리면 그땐 어떤 기계들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까? 좀 더 빠르게, 좀 더 쉽게, 좀 더 다양하게

'조금 더' 라는 말로 점점 더 변화해가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디지털에 관한 정보와 지식습득은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PMP와 노트북을 구입할려고 생각중이었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그저 디자인 예쁘고

유명한 제품으로만 선택의 폭을 좁혔을 것이다. 아직은 디지털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남들만큼의 흉내는

될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흡족해본다. 다시 한번 더 딱딱한 주제를 유쾌하게 다룬 이 책의 매력에 고마워하면서 좀 더 디지털과 친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