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책을 낸 어문학사는 일관되게 한자와 중국어와 관련한 참신한 기획을 시도함으로써

전공자와 비전공자에게 깊이있는 관련 자료들을 제시해주는 믿음이 가는 출판사이다.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서 중국민간에 떠도는 대표 민담 19개를

재미지게 편집하여 어린 시절 엄마 무릎 베고 얘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하다. 

전공자의 유려한 번역과 구성이 매끄럽게 흘러가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구성지다.

 

특히 마지막 고사 <공작동남비>는 대학 재학 시 중국어문학을 전공할 때
중국어 원어극 주인공 '난지'로 열연했던 추억이 있어
단박에 그 시절로 돌아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서 또 반갑고 기쁜 시간이었다.
이 공작동남비는 중국의 시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쳐 후대의 여러 시인들에 의해

유려한 시로 재탄생하게 했기에 그 의의가 더하다.

 

'중국고대 사대신화''중 민간 사대전기''중국고대 사대전기'를 우선으로 선정하여

가장 보편적이고 중국 고대인들의 의식이나 문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우랑과 직녀><양산백과 축영대><우렁이 색시> 편은

이미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와 오랜 구전의 과정을 통해 한국화되어

우리의 전통얘기로 고착화되어 웬만한 옛날 이야기집에서 흔히 발견되는 작품이다.
<늙은 쥐, 딸을 시집보내다>는 우리의 <어우야담><순오지>의 '두더쥐의 혼인'과

동종의 얘기로 중국에서는 18C에 유행했다고 하니 우리에게서 넘어갔을 개연성도 있다.

결국 구전하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한중 양국인의 오랜 정서적 교류를 짐작 가능하게 한다.

 

<연수>의 얘기는 설 풍습과 관련한 내용으로 특히 흥미롭다.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짐승을 퇴치하기 위해 연관을 무사히 지내는 일이 관건이었다.

집집마다 가족들이 일치단결하여 집안에 숨어서 모여 앉아 '제야 음식'을 먹고

조상께 제사를 드리고 함께 하여 두려움을 잊으려 애썼다. 

붉은 천의 휘장을 두르거나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화를 면하자

이 습속을 계승시켜 최대 명절인 설 풍속을 탄생시킨 것이다.

중국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부분으로 아주 흥미롭다.

 

<창힐, 글자를 만들다> 편을 통해서는 문자 발명의 래원과 더불어서

교만과 자만에 빠져있던 식자에 대한 통렬한 훈계와 교훈을 담고 있다.

<백사전>이나 <너짜의 바다 난동>같은 것은 중국인 특유의 허풍과 과장을 여지없이 드러내어

 황당한 전개가 있기는 하지만 도가적 분위기와 중국인들의 일편단심의 충성심을 보여준다.

<마두금의 전설>에서의 쑤허와 백마의 아름다운 우정이 마두금 악기로 환생하는 이야기는

상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 쑤허가  땅거미 지는 은빛 월량호 호숫가에서

마두금을 연주하는 쑤허의 모습이 환상으로 각인되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신을 경외하며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을 사랑하는

순박하고 정의로운 중국 고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대인들의 가슴에 말랑말랑 무장해제된 정서가 꽃이 피고

어린 날 할머니의 구성진 이야기 속에 잠들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