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바스티안 프리디리히라는 독일 정신과 의사와 안나 뮐러라는 교육심리학 전문가는 사람들의 습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해 보통 사람들의 취향을 관찰하고 취향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내었다.어릴 때 보던 심리학 부문의 책은 온통 경이로움과 호기심이 다 였다.이제 인생을 좀 알만한 나이가 되니 나와 주변 사람들의 삶을 되짚으며 대조하게 되니 인간 표현 방식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세계의 경계가 없어졌다고 하나 여전히 삶의 방식에서 다양성이 드러난다. 목차에서의 분류에서 그들 문화적 특이성을 발견할 수 있다.춤,여행가방,문신에서 개개인의 은밀한 고백을 엿본다. 취향이 총합을 모아 놓음직한 옷장의 탐험도 흥미롭다.주택이 대부분인 서양의 문화에서 빠트리지 않는 지하실의 탐험은 미처 잊고 있던 다락방과 창고에 대한 향수마저 부른다. 아파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우리도 지하실에 버금가는 방 하나는 가지고 은밀함을 누리고 싶기도 하지 않은가?혹은 서랍장 하나쯤에 ‘추억’이라는 이름의 잡동사니들을 무심히 애착하고 있다.저자들이 독자들의 지적 자극을 주고 싶노라 했던 작전은 주효했다.

반려견을 선택하는데도 다분히 취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내용에 따르자면 나는 틀림없이 잡종견을 택해야 한다.역산해서 나오는 생각도 재미나다.서양인들의 심리 세계를 참조할 기회가 되어 글로벌 문화권의 현대를 관통하는데 통찰을 얻을 만하다.
’우리 사회가 획일성을 극복한 후에 다채롭고 독특하고 정감 넘치며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사회로 거듭나는 길은 결국 개개인의 다양성에 달려 있다’
고 저자들이 피력한다.이런 이야기는 한국 같은 획일화를 미덕으로 삼는 곳에서나 주장해야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독일의 저자들이 이런 의도를 밝히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다양한 개인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만 별나고 기묘한 사람들도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고,누구나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느끼는 일.이런 상태는 어쩌면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눈에 좀 거슬리고 맘에 안 차도 ‘그 사람의 취향이니까,뭐?’라고 인정하게 되면 아주 간단해진다.초점을 상대의 마음 상태나 의식 상태를 취향이라는 범주로 인정하게 되면 그만이다.그런 선택을 하는 상대는 이미 비난도 찬미도 문제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그의 취향일 뿐인데 내가 관여할 게 뭐람?

백세 시대라는 명제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과제를 남긴다.길어도 3세대가 서로 걸쳐져 한 생에 살던 시대에서 4세대 5세대가 함께 걸쳐 살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세대 간의 갈등을 극복하여 현명하게 살지 않으면 안된다.상대의 취향을 존중하기만 해도 상대에게 기대하는 심리가 강요와는 다른 양상을 띨 수 있을 것이다. 취향의 심리학을 인식하는 것은 비단 세대 간 만이 아니라 인종 별,문화 별,지역 별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많은 부분에서 다시 생각하게 해 줄 수 있다.

취향을 파악한다는 일은 곧 상대에 대한 관심이자 애정이다..’아는 만큼 읽어내는’ 것.
사업 파트너로,혹은 우정으로 사랑으로 만나게 되는 그들은 어떤 취향인지 관찰하여 그와의 관계를 쌓아가는 일.센스 있고 진정성 어린 ‘관계 맺음’ 에 감동하는 그의 그녀의 눈길을 느끼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