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피트릭과 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 스콧 브라운이 공동으로 꾸리고 있는 블로그를 기반으로 이 책이 편집된 듯한데 차라리 블로그에 올라온 시간적 추이에 따른 글의 순서대로 전재를 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숫자를 이용하여 제목을 설정한 것에서 일단 눈길끌기는 성공했다. 또한 모두에 그의 글에 대해 유수 매체나 유명인들이 '쏟아놓은 찬사'도 충분했고, 벤 피트릭 자신이 겸손하게 써내려간 '시작하기에 앞서 드린 한 말씀'도 많은 참조가 되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내용을 읽으면서 이리도 드라마틱한 그의 삶에 대한 감동은 왜 갈수록 무디어져가는 것인지 자꾸 의문부호를 달게 되었다. 결국 너무 빈약한 컨덴츠로 처음 가운데 끝 부분 내내 반복해서 우려낸 듯한 느낌이어서 외려 그의 삶의 궤적마저 아무 것도 아닌 느낌이 드는 건 지나친 혹평이 되려나? 책 날개에 이미 '이 책에 관하여......'라고 전제를 해서 많은 양해를 구하고 있으면서 제목만 바꿔 달았지 내내 똑같은 내용들이 반복되고 있어서 안타까움이 인다. 컨덴츠의 문제이기 보다 방향성을 잃은 편집의 문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부록으로 실은 파킨슨 병에 관한 정보도 지나치게 친절해서 본문 중에 이미 얘기했던 많은 부분들을 재차 정리하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감동의 여운을 느끼게 하기보단 반복적인 학습으로 그의 병을 이해하고 그를 억지로 동정하게 하는 강요의 느낌마저 든다. 한 컷의 사진들이 더욱 귀하고 차라리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나 그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과의 현재진행형의 얘기들이 더욱 많이 실려더라면 싶은 안타까움이 내내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컨덴츠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사례가 된 듯해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