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밥이 그리운 당신에게 선사하는 밥상의 기억들'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코 끝에 내내 밥 냄새가 걸려있었다. 40을 넘어 타향살이 중에 문득 소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밥상으로 자신을 살려 놓은 부모님들을 회억해낸 필자의 추억의 맛 기행. 그의 열차를 함께 타고 역마다 차려진 유년시절의 밥상을 대하고 보니 불끈 힘이 솟는다. 주식인 밥을 중심으로 구수한 된장찌개와 시원한 콩나물 국이 어린 날 뛰어 놀던 앞마당을 부르고 화석화 되어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소박한 잔치상을 펼치고 있다.

 

빨간 벽돌을 찧어 고춧가루를 만들고 시장 어귀들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야채 찌꺼기나 나뭇잎을 끌어 모아 양지바른 담벼락 밑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엄마가 음식을 만들던 품새를 흉내내며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 비오는 날이면 티나 크랙커랑 사과, 술빵을 이리저리 자르고 빻고 뭉쳐서 밥상을 흉내내고 했던 시간들. 그 시절엔 먹고 먹이는 게 곧 사랑의 표현이자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함께 밥을 먹는 식구들은 전혀 남이었던 부부조차도 닮아가는 게 같은 음식을 먹는 일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편해져야만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어 밥 한끼 함께 먹지 않은 사이엔 특별한 정이 자라나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지치고 속상해도 좋은 사람들과 뭔가를 먹고 술잔, 하다못해 차라도 한잔 함께 나누다 보면 신기하게도 평온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되지 않는가? 확실히 음식에는 사람을 살리고 행복감을 안겨주는 원기소라도 들어있음이다. 더구나 사랑과 정성을 오롯이 쏟은 엄마의 밥상이고 보면......

 

그녀의 밥상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하여 어머니, 또 확장하여 친구와 이웃들과 나누었던 추억의 성찬으로 꾸며져 있다. 부산에서 자란 필자를 통해 지역 특색을 담은 독특한 조리법도 만나고 내가 먹던 추억의 맛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골라먹는 느낌이 좋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저런 정감을 제대로 알 리가 있었을까 싶지만 성의있게 그려 놓은 그림이 사랑스럽다. 어머니가 큰 솥에 오곡밥을 짓던 마음으로 진정성을 담고 정성을 보태려고 노력했다는 필자의 얘기가 군데군데 애정으로 배어있다.

 

집 떠나와 외로움이 스며들어 힘든 사람들, 집 밥이 그리운 바쁜 현대인들, 여행이라도 훌쩍 떠나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쳐 보고픈 누군가, 또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자신의 모습들을 복기하고픈 그 누구에게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다. 추어탕 육개장 한 그릇 뚝딱 말아먹고 뭐든 다 떨쳐내고 일어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