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책이 완성되면서 화룡정점을 찍게 되는 일이 '제목 정하기'가 아닐까 싶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이 한 줄로 이 책의 정체성이 이미 충분히 드러났고 기대감을 부풀린다.

일순,명실상부하지 못할 시에 얻을 반대급부에 대해 걱정이 들 만큼 멋진 이름과 옷을 걸쳤다.

 

모든 걸 다 갖추고 떠나는 여행에서도 티격태격했던 가족여행을 떠올리면 과연 나이 60에 30세난 아들의 동거가 과연 가당키나 할까 미리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기에 그 모든 논란과 우려를 불사할 수 있는 '일단 가고보자'는 외침은 더더욱 가치롭다. 가족 전체가 움직이는 여행도 좋지만 한 번쯤은 아들과 엄마가 딸과 아버지가 떠나는 여행도 많은 의미가 있으리라 싶은 그 어느 누구에게라도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였다.

 

인천에서 시작해서 영국까지 300일간의 좌충우돌 세계여행기 중에 제 1편에서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스리랑카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14개국에 이르는 아시아 편이다. 14개국의 37곳 지역을 100일째에 처음 비행기를 탈만큼  철저한 배낭족으로 살아낸 장한 장정기다. 독자들은 그들의 여정에서 더불어 웃고 울고 안타까워하며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글이 매끈하고 재미지다.

 

30살의 아들은 자신이 지켜내야 할 대상으로서의 엄마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결국은 언제나 엄마의 비호를 받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누구의 엄마,아내, 딸이 아닌 '동익'으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고자 했던 엄마는 인생에 '철드는 시간이 따로 없음'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 길 위에서의 삶은 그도 그녀도 제대로 성숙할 수 있도록 희로애락을 철저하게도 펼쳐두고 있다. 제대로 눈물 뽑고 진정으로 웃어보는 시간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아시안인들의 무지랑 속에서 각자의 감정들을 컨트롤하며 하루하루 나아가는 모습은 그들이 살았을 삶의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때론 숙연함이 일기도 한다.시민의식이 자리잡지 않은 아시아인들의 관광객들을 향한 무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수법으로 전개되는데 둘이였기에 결국은 이겨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돈만 생기면 전국 방방곡곡 세상의 빛을 채집해왔던 이력답게 아들의 앵글에 잡힌 그 황당무계한 아시아인들의 모습들은 어찌나 그리 사랑스러운지.그의 글을 읽지 않는다면 천사같은 미소를 지닌 그들이 그들의 표본이 될 만치 아름답다. 그들을 빛나게 하는 아시아 각 지역의 빛들을 참 잘 잡아내어 책 곳곳에 배치한 센스가 독자들을 함께 그 길에 서 있게 했다.

 

읽는동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안 될만큼의 절실함이 심장을 두드렸다.그렇게 떠난 뒤엔 또 다시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얼른 돌아가고 싶어질지언정. 60의 나이의 엄마를 길 위에 내던지겠다고 작정한 간 큰 남매가 정말 예쁘다. 오색찬란한 세상의 빛을 선물하고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게 하여 여행길과 다름없음을 깨달아 인생 후반부를 다시 역동적으로 살아내게 해준 멋진 이벤트였음을 엄마 본인도 읽는 독자들도 똑같은 마음으로 느꼈을 것이다.죽을만큼 힘들 즈음 한국에 남아 아낌없는 지원사격을 해줬던 누나가 깜짝 선물로 나타났을 때 엄마는 정말이지 믿기지 않았을 것이며 자신이 얼마나 인생을 충실히 살았을지를 자랑스러웠을 것 같다.

 

그와 그녀의 인도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나도 떠난다.지금 당장 중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