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제목도 선정적인데다 앞 발톱을 세우고 날개를 퍼득이며 공중에 대치 중인 닭 두 마리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책 표지가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이라는 부제를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다. 결코 녹록치 않은 사람 관계를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방송국에서 특히 예능 작가로 활약하며 만난 인간 군상들과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신변 잡사에 얽힌 에세이라서 읽는 독자도 편안하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 다만 예능 작가가 알고 있을 연예인들에 대한 비화들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이 책을 읽겠다고 덤비면 건질 게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울 터다.

 

이 책은 타인 바라기에 빠져 사는 인간 중독자의 지독한 인간 사랑의 고백서로 보는 게 더 맞다. ‘사람’이 평생 화두라고 느껴질 만큼 인간이라는 대상에 대해 천착하고 살았던 나같은 사람이라면 요소요소에서 공감의 고개를 주억대게 되며 그녀가 느끼는 인간에 대한 한계와 절망에 대해 어깨를 토닥여 주고픈 심정이 인다. 그리곤 내리게 되는 결론은 역시 어느 곳에서든 능력보다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따듯한 가슴을 가진 사람만이 그 모든 재량을 펼칠 장(場)도 허락받게 될 거란 거.

 

 

사람 때문에 울고 웃으며 사람을 대하는 일이 불편하던 사람이 그 관계를 즐기고 사랑하기까지의 그녀의 사람관계학은 총 5장으로 나뉜다. 재미,다큐,감동,리얼,위로로 명명된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그녀가 걸어간 길이 어떠했을지 그려진다. 가슴에 깊이 파인 일들은 노란 형광펜과 큰 글씨로 연필 꼭꼭 눌러가며 강조하느라 편집에도 신경 썼다. 독자들은 그 부분에 이르러선 함께 마음을 다지게 되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예능 작가다운 독특함이 책의 편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서 또 다른 편안하면서도 신선한 젊은 감각을 선사한다. 사람을 대하며 쿨해야 할 때와 핫해야 할 때의 줄타기를 하는 그녀는 매일 매일 사람이라는 대해를 헤쳐가는 곡예사다. 때로는 뜨거운 열정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음을 아는......

 

 

그녀가 써 간 에세이 사이사이 막간예능법칙을 팁으로 제공하고 있어서 예능작가를 꿈꾸거나 호기심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나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출연자 섭외 과정, 시나리오 작성 등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려 주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준다는 서입론을 스스로 터득할 만큼 대인관계학에 있어선 많이 까여가며 실전을 치룬 전문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런 진실함과 절실함이 있었기에 오래도록 이별식을 치르고도 다시 서로를 찾는 그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연예계라는 또 다른 별세계에서 맺은 인간학이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