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읽은 책 목록 : 94권

읽은 기간               : 3월25일

 

제목 : 쌀의 여신 1

저자 : 라니 마니카, 이정아 역

출판사 : 올

 

한가족의 4대에 걸친 이야기 속에는 우리와 동질감이 느껴지는 근, 현대사의 아픔이 담겨져 있다.

영국인이었지만 하인을 사랑해서 집안을 버린 주인공의 외할머니 이야기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고,

가난 때문에 팔려나가다시피 어린나이에 외국으로 건너가 결혼한 어머니의 이야기 또한 어릴적 우리네 보릿고개 이야기를 닮았다.

특히, 2차대전 전후를 기점으로 등장하는 일본 식민치하의 가족 이야기는 우리네 일제식민치하 이야기와 너무도 똑같아서 이게, 말레이시아 이야기 인지, 우리나라 이야기 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상하리만치 일본 이야기만 나오면 괜시리 혈압이 상승하며, 쉽게 흥분되곤 하는데, 이책에 등장하는 일본인들 역시

우리나라에서 행했던 만행을 여지없이 말레이시아에서 행해왔음을 확인하게 되고선, 욱, 하고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락슈미는 가족을 위해서는 투사와 같은 강한 모성애를 발휘한다.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친 남편의 병수발도 이겨내고, 일제의 수탈속에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오던 락슈미..

끔찍이도 사랑하던 모히니를 일본군으로 부터 지켜내기 위해 옆집 아이까지 희생시켰지만 결국 자신의 딸도 희생시키고야 만다. 이 책은 이고난의 시기를 생생히 겪어낸 락슈미 가족 한명, 한명이 기억하고 있는 증언을 토대로 엮어져 있다.

총2권으로 되어 있어 2권의 내용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살아남은 가족들의 감수했어야 할 고통들이 얼마나 컸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힘든일도 기꺼이 이겨내고 극복해낸 락슈미

가난에 맞서 싸우고 고난을 헤쳐나가는 락슈미의 생활력에서 근,현대사를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들을 생각나게 한다.

아니, 자식에게 싫은 내색 한번 제대로 못해 보시고 고생만 하다 떠나신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쌀의 여신은 인도네시아 각 가정의 곡물창고 안에 있는 나무 옥좌에 앉아 가족들이 생명을 이어갈 쌀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한다. 아마 저자는 어려운 환경속에서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비극과 고난의 시기를 끈질기게 버텨내고 살아왔던 락슈미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쌀의 여신의 이미지를 읽어냈기 때문에 제목을 쌀의 여신으로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런 내용을 모른채 쌀의 여신이라는 책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인터넷상의 소개글이었던 말레이시아의 한 가족이 겪어왔던 4대에 걸친 근, 현대사 이야기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문화에 대해 좀 더 이해해 보고 싶다라는 이유에서 였다. 1996년 건설회사에 다닐 당시,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현장 근무를 했다. 그당시 건설현장이란게 딱히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현지인들과 몸을 부딪껴 가며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과의 소통방식이 다양해 질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음식문화며 생활방식에 관해 많이 접하게 되었다. 현지인인 말레이와 중국인, 힌도인 등 수많은 인접국가의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문화가 서로 공존하며 상생하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곳이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지 못했던 나에게는 상당히 이국적일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생활 방식에 깊숙히 들어가 볼 용기가 없었다. 지금생각해 보면, 왜 그당시에 좀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볼 생각을 못했는지 아쉽기만 했기에, 이책을 통해 말레이시아 문호를 대리체험해 보고픈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뭔가 내가 잘 몰랐던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디테일 하게는 조금씩 다를 지언정 큰 틀에서는 크게 다른게 없는 것 같다.

 

 

어머니의 마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사랑 ..... 그것은 인류 공통의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