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읽은 책 목록 : 55권

읽은 기간               : 2월18일

 

제목 : 전염병,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저자 : 배영익

출판사 : 스크린 셀러

 

광주 출장가는 KTX 안에서 읽은 책이다. 8시 열차를 타야 회의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어 열차안에서 잠깐 눈좀 붙일 요량이었는데, 한장 한장 넘어가는 책속으로 빠져들더니, 목이 지끈지끈 아파 기지개를 펼때쯤 벌써 내릴곳에 다다랐음을 깨달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 연속의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책이었다.

 

책의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베링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배가 냉동 기관 고장으로 작업을 중단할 즘, 잡은 고기를 중간에 인도할 때까지 고기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바다에 떠다니는 유빙을 이용하기로 하는데, 유빙 절단작업중 입은 상처를 통해 알 수 없는 고대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문제는 이렇게 감염된 병원체를 확실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성향이 맞물려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해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게 된다.

 

이책은 이러한 전염병의 발병과정과 백신을 제조하는 과정, 그리고 예방조치를 취하는 과정들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문제가 되었던 구제역 파동과 맞물리면서

정부가 취했던 일련의 구제역 대책들과 단계별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정부의 대책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이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릴 수 도 있겠지만, 우선은 큰틀에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역 대책 메뉴얼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대책을 메뉴얼대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이 갖춰줘야 한다는게 내 개인적인 판단이다.

 

엠바이어스의 급속한 확산에는 바이러스가 자기 번식을 위해 숙주가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싶은 욕망을 품게 만든다는데 있다. 실제로도 그런 예가 있었는지, 작가의 상상력의 일부일 뿐인지는 정확히 알순 없지만, 현존하는 바이러스들에도 이러한 속성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여겨지는걸로 짐작된다.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수 없다.

 

이야기 속에서 정말 끔찍한 상황은 알만한 학자의 오판에서 비롯된다.

전염병이 널리 퍼질 수록 항체를 가진 숙주의 등장이 빨라질 수 있으므로 막연히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려야 한다는 감염자의 외침에서, 논리적인 계산으로는 충분히 동감하는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확률적 계산에 의지한 이런 오판은 현실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때였다.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예방대책들..

구제역을 예로 들면, 살처분 대책이 옳은 대책이었는지, 백신처방이 옳은 대책이었는지..

상황에 맞는 적합한 판단이 무엇이었고, 무엇이 오판이었는지...

짐작은 되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질 않다. 오판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죽음들과 마추졌을때, 우리의 아니 나의 판단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가? 내 생존을 위해 상대방이 내미는 손길을 뿌리쳐야 하는가?

처절한 삶의 지속을 위한 싸움속에서 개인의 생존과 가족의 생존은 개개인의 손에 달려있는 순간과 맞닥트릴 때가 반드시 오는 것 같다.

 

그 순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사전에 충분히 고려치 않은 상태에서 그런 상황을 맞이 한다면,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전반적으로도 엄청난 가치관의 충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방재대책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예방교육을 실시하여 많은 이들이 미리 인지하고 숙지하도록 해 놓아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독자의 호기심 충족과 방재라는 2가지 측면에서 좋은 영화의 소재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