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를 키워드로 한 작품 소개에 아냐라는 인물이 ‘아냐(아니야)’라는 부정적 멘트를 주로 사용하는가 싶었는데, 그냥 러시아 출신 여학생의 이름일 뿐이란 걸 알았을 때 김이 새버리긴 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서 찾을 수 있겠다. 우리가 학창시절 즐겨 보았던 코믹과는 다른, 만화의 형태를 갖추었지만 그 내용은 철학적인 면모를 갖춘 것이 그래픽 노블이라고 한다. 장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만화형식으로 되어 있어 단시간 내에 쉽게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인 통통한 주근깨 여학생 아냐는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러시아 출신으로, 자신의 출신배경에 나름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뿌리를 감추기 위해 억양도 바꾸고 자신의 외모를 한껏 치장하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 사춘기 소녀는 어느날 외딴 공원을 걷다가 구멍이 뚫린 굴속에 빠지게 되고, 그곳에서 오래전에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유령을 만나게 된다. 가까스로 구출된 아냐에게 딸려온 새끼 손가락 뼈에 의해 아냐와 동거하게 되는 유령은 점점 아냐의 생활에 개입하게 된다. 다른 학생들의 시험지의 답을 보고와 답을 알려줘 성적을 향상시켜준다든가 아냐가 좋아하는 남학생 숀의 정보를 알아다 준다든가 하는 식의 선심을 베풀며 아냐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러다 친구와는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유령이 숀의 실체를 알고 실망하는 아냐에게 계속 잘 보일 것을 강요하면서 아냐는 점점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냐는 이내 도서관을 찾아 유령과 관련된 살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같은 러시아 출신이자 학교에서 찌질이로 통하는 디마가 자료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 같이 자료를 검색하다 디마의 참모습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유령과 관련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유령은 살해된 것이 아니라 살해사건의 용의자였던 것. 급히 집으로 돌아온 아냐는 사라진 손가락 뼈에 놀라는데, 눈치를 챈 유령이 이를 숨겼던 것이다. 급기야는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유령을 두고 볼 수 없어 뼈를 찾아 다시 그 굴속으로 던져 넣으며, 원하는 건 여기 없으니 이승을 떠나라고 간청한다. 유령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이승을 떠나고 아냐에 의해 굴 구멍은 공공안전을 중시하는 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메워지게 됨으로써 마무리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겉이 아닌 내면을 바라볼 줄 아는 현명함을 일깨워 주는 작품으로 청소년 문학으로 적절한 교훈을 지니고 있다. 누구라도 유령의 달콤한 거짓말에 현혹될 수 있고, 어쩌면 자신에게도 가려운 곳을 긁어줄 이런 존재가 옆에 있어주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청소년기에 겪을 성장통을 이런 작품과 함께하며 감내해 나갈 수 있게 이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