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 하면 약간의 허구성이 가미되어 있음을 누구라도 이해할 것이다. 실화소설이 있지만, 이 역시 실화를 토대로 나머지를 가상으로 채워 가는 것일진대, 내가 읽은 소설 <단순한 열정>은 범상치 않다. ‘체험적 글쓰기’를 자신의 작품세계로 규정한 프랑스의 여 작가 아니 에르노가 이 작품의 저자다. 자신이 겪은 것만을 작품으로 다루겠다는 것인데, 자전적 글쓰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가 처음의 관심사였다.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누구나 사랑을 할 테지만, <단순한 열정>에서 전하는 사랑은 제목에서 전해져 오는 것과 같이 날 것 그대로의 사랑이다. 아니 에르노는 연하의 유부남과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그 남자와의 만남에서 이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감정 변화와 상태를 그대로 여과 없이 글에 담았다. 그렇다고 하여 단순히 외설적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을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다소 그 정도가 지나친 수준이려니 하는 정도다.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서술에서 알 수 있듯이 아니 에르노는 A와 철저히 맹목적인 열정을 불살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상의 전부를 한 사람만을 위해 저당 잡힌 듯한 그녀의 생활이 병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작품에 빠져든다. 그 내면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진다. 그녀가 자신의 강렬했던 사랑을 기록하는 데에는 그 기억을 붙잡아 두고자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 아쉬움이 우리가 이별하며 겪는 공허함 그 무엇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뒤에 전해져오는 묵직함의 여운은 이 작품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명한다. 후일 그녀의 연하 애인인 필립 발랭이 그녀와의 5년간의 사랑이야기를 쓴 소설 <포옹>도 찾아 읽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