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1985~ 우리 부모시대의 자화상을 보는듯

 

타임캡슐이라는 제목에서 뭍어나오는 가슴 두근 거림을 안고

만나게 된 주오.

 

주오는 17살 생일날 아침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특별한 생일날 아침을 소망하지만 식탁에 차려진 미역국 밥상을 대하며 

언제나 그래왔듯 현실은 혼자 먹는 아침이다.

 

남산아래 첫동네~주오가 나고 자란 해방촌이라는 곳이다. 

해방될 무렵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아서 해방촌이라는 이름이 붙여진곳이다. 고지대에 자리 잡은 터라 사방이 계단으로 연결이 된다.

그 계단 이름은 108계단. 왜 하필 108계단일까?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을 위해 행하는 108배의 의미를 담은 의미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주오를 중심으로 행방촌에서 뿌리 내리고 사는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의

고뇌를 108계단으로 보여 주는거 같다.  

108계단을 오르내리며 끝날것 같지 않은 고난의 시간도 지나갈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살아서 화려한 서울을 매일 대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남산타워의 불빛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그래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 가며 힘겹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억지스럽지 않게 보여준다.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숨기며 꿈도 갖지 않고 사는 주오

그리고 미모사를 운영하며 아들만 보고 혼자 살아온 미혼모인 엄마

이북에서 혼자 내려와 평생을 혼자 살아가는 연백할머니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마음에 상처를 품은 태균

현실과의 괴리감에 혼자 만의 성을 만들고 숨은 태평형

언제나 주오을 무시하지만 마음속에 주오를 품은 해방촌단짝 난희.

동네 수재였던 서울대생 경희 누나의 처절한 시대에 대한 지식인의 저항 

하루 종일 미싱을 돌리며 힘겹게 살아낸 우리의 미싱사 누나들

주오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먹을만큼 여리디 여린 미라..

해방촌에 희망을 전하고 싶어하는 희망교회

누구하나 마음 안가는 인물이 없다.

미모사의 화재로 해방촌에서 벗어나지만 주오의 고향은 언제나 남산이다.

비록 해방촌은 없어졌을지언정 남산이 없어지진 않을거니까

주오을 중심으로 거미줄 처럼 얽혀 있는 인물들이지만 꼬이지 않게

술술 풀리는 실타래 마냥 이야기는 자연스럽다.

 

특별히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고단한 현실에서 조금씩 자신의 작은 불빛을 밝혀가듯

잔잔한 물이 흐르듯 이야기들 들려준다.

산업사회의 격동기를 몸소 체험하며 이들은 한 시대의 주역이었지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각자 묵묵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 개개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신문에서는 떠들썩하게 타임캡슐을 남산에 묻는다고 광고를 해댄다.

500년후에 봉인이 풀릴 남산의 타임캡슐

미래사람들에게 1985년의 사람들이 남기는 선물 꾸러미인 이 타임캡슐에

과연 무엇이 담겼을까

과연 500년 후의 미래 사람들은 이 선물꾸러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궁금해진다.

한가지 확실한건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은 이 타임캡슐에 담기지 않는다.

우리가 지닌 소중한 기억들.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은 나만의 기억속에 남을 것이다.

그 시절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고뇌에 빠져 힘든 인생을 헤쳐 왔는지는

자기 자신의 타임캡슐에 넣어질 것이다.

 

 

지금은 마흔을 넘어선 나는 1985년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지금도 생생하다 선생님이 준비하신 타임캡슐~

10년 후에 열어보자며 운동장 한켠에 묻었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 무엇을 넣고 적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들뜬 마음으로 준비하고 타임캡슐 행사를 했던 기억만은 생생하다.

지금 타임캡슐 이벤트를 한다면 나는 무엇을 넣을까 고민해 봤다.

 

이제 12살이 된  딸애는 이 책을 보면 제목이 재미있어서 집어들었는데

잘 모르겠다며 다시 놓았다. 엄마인 나도 보면서 어렴풋이 자료로만 알던 그 시절이 이랬구나~라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건 없는것 같다.

 남산밑에 해방촌이 없어지고 화려하게 꾸며지고 지금은 남산을 오르려면

셔틀버스를 타던지 걸어야 한다는것~ㅎㅎ

 

학생들은 여전히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고

노동자는 노동여건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힘들고,

부모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이 타임캡슐1985년  모두들 힘들다고 앉아 있지만 않는다고

말하는 거 같다.

다시 일어나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가는 거라고

작가의 말처럼 그 시간을 건너왔기에 지금 여기에 내가 있다는 얘기처럼

내가 우리가 거꾸로 갈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기에 지금 오늘을

충실히 열심히  살아가라고 격려해 주는 거 같다.

 

주오와 태균의 마지막 인사가 생각나다.

"그래. 다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