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냉소적으로 혹은 따뜻하게 그려낸다 (책 날개 소개) 는 일본의 작가, 라는 소개에 딱 걸맞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한 가족 구성원들의 특색을 하나하나 그려내는 시선이 독자에게도 훤하게 보여지듯이 읽혀 지도록 썼다. 늘상 있는 행동들, 일상의 모습이지만 막상 글로써 읽을 때의 느낌이 지루할 수도, 사소할 수도 있음인데 가족을 소재로, 가족 일상을 담은 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6편의 단편들은 아주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런 것에서 작가의 역량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이라는 사람들을 객관적인 눈길로 볼 수 있게 한다. 가족 간에는 인내하고 관찰해 가면서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음도 이야기들을 통해 생각해 본 바이다. 

회사원인 아빠들의 모습, 일반적으로 야근을 하고 늦게 집으로 돌아오고, 그들의 심리 상태 뿐 아니라 전업 주부인 아내들의 생각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아울러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계속 이어지는 장편 소설인가 했었는데 조각조각 나눠지며  각각의 가정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좀 색달랐다. 한 가정이 아니라 여러 가정 속의 모습을 아내의 시각에서, 남편의 시각, 딸의 시각같은, 시선을 옮겨 들여다 보면서 더 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남편이 회사에서 힘들어 하는 상황을 먼저 읽어 낸 아내는 매일 다른 메뉴를 준비해서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는 방법으로 남편이 회사에서 달라질 수 있도록 바란다. 그런 내조의 모습과 또 다른 가정의 아내는 남편이 UFO를 언급하자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심리, 정신 의학책을 빌려와 읽기까지 한다. 그런 아내들의 행동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들었다. 곧바로 따지고 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아내들의 속깊은 행동이 배려와 남편을 아끼는 마음으로써 읽는 독자에게도 전해 졌기 때문이다. 결국 남편이 회사 사정으로 인해 그와 같은  UFO에 전념하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이 대목에서는 나 까지도 무척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었다. 마라톤에 집중하는 아내의 옆에도 유명 작가인 남편이 있다. 아내는 남편을 걱정하고 남편은 아내를 배려하는 각각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다. 가족은 이처럼 서로를 걱정하고 감싸주는 것 임을,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임을 각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서 잘 그려내고 있다.  가정의 출발에서 균형을 찾아 결혼을 했지만 결국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로서 배려하며 사랑하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211쪽 

전화를 끊고 나자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다쓰오는 힘겹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걸 가족에게 숨기고 아무 일 없는 척 시치미를 떼다가 끝내는 UFO를 보게 된 것이다. 도망칠 수도 없고 내던질 수도 없는 다쓰오는 혼자 괴로워 하고 있었다. 

208쪽

해답은 없다. 가족에게는 매뉴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