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재미있게, 맛깔나게 글을 쓰지 않았다면 백과 사전을 읽는 기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해양 생물, 조류, 야생 식물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소개해 두었다.  <발칙한 생물들> 로 첫 대면을 했었던 이래로 두 번째 접하는 생물들의 사생활은 역시나 첫 번째 책 만큼이나 흥미롭다. 이럴 줄 알고 있었다. 온갖 곤충들, 작고 사소한 생물들의 생김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태 습성까지도 샅샅이 풀어 낸 이야기들로 넘쳐나던 발칙한 생물들 이었다. 희한한 생물들의 정보도 많았지만 저자의 글솜씨 덕분이라도 읽는데에 독자로서는 무척이나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저자의 책, 생물 시리즈는 읽을까 말까, 주저할 이유가 없다.

::: 촌놈이 난생처음으로 넓디 넓은 바다를 보고 놀라 자빠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깊은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심해어가 기압을 못 이겨 부레 내장이 터져 버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 32쪽)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라왔다는 저자는 글 속에서 자주 본인의 촌스러움과 경이롭게 다가왔던 생물들의 습성을 자신에게 아주 잘 비유하기도 한다. 평생을 생물 환경 속에서 살아오면서 큰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살피며 살아 온 덕분이리라. 이런 저자 덕분에, 많은 생물들을 접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이 들어 버린 대부분의 독자들은 작지만 자연에 꼭 필요한 존재, 신기하고 희한한 자연의 일부들을 맛깔스럽게 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롤 초밥으로 유명한 날치 알, 가까이 접하면서도 생각없이 그 맛있는 것을 먹곤 했었다. 비단 잉어인 경우 강물에, 작은 연못에, 어항에, 자라는 조건에 따라서 주변 환경을 쫓아 더 자라고 덜 자라게 되는 이야기는 참 신기하기도 했다.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과 연관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정말 자연 속에서 이런 식이라면 사람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곤 하는데 너무 고려하지 않은 채 살아 왔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 부디 다른 동물들을 너무 구박하지 말 것이다. 그들이 사라지면 다음은 제 차례인 것도 모르고 싹수 없이 까불대는 인간들의 꼴이 천불나고 가소롭기 짝이 없다.       (57쪽)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종을 다 없애버리고 있는 외래종이 있어서 큰일이네 싶었는데 미더덕, 가물치 같은 우리 종이 외국에 나가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만큼 강한 생존력을 보여주는 우리 해양 생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한 마리가 목욕을 할 때 다른 한 마리가 망을 본다는 영특한 새, 직박구리,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휘파람새의 경우에는 암컷이 음치이고 지역 마다 노랫소리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숨어있던 사실까지도 알 수 있게 한다.

금낭화에 얽혀 있는 일본 전설은 이 꽃모양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속속들이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자주 보이는 능소화는 담 울타리를 타고서 예쁘게 피어 나의 눈길을 끌곤 했었는데 이 또한, 옛날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하사하던 어사화에 쓰이던 꽃이었다니 아, 그러고 보니, 하게 되었다. 이처럼 저자의 표현마냥 발칙한 생물들의 습성이 아주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