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그동안 <개미>부터 시작하여 <파피옹>,<뇌>,<제3인류>를 읽어 오면서 대단한 상상력의 소유자로 이미지화 되어 있던 터라 잠을 소재로 쓴 이 소설이 끌린 것도 당연한 이유였다. 

그의 소설은 상상력이 우선이다. 개미에서 보여준 유난스러웠던 특이함과 관찰력 없이는 쓰여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내용들이, 뇌에 가서는 과학적인 지식까지 더해져서, 흥미진진한 소설 만이 아닌 가까운 미래, 앞으로 생겨날 지도 모를 일을 미리 당겨 일상화 시키는 느낌도 들었었다. 급기야 우주 공간으로의 진출, 이주, 전쟁 등을 다룬 파피옹에서는 작가 자신만의 상상력이었을까, 다시 한 번 더 대단하다는 느낌과 함께, 그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일까를 갸웃거려 보게도 했다. 이번에는 잠 이다.

무의식의 세계를 찾아 플래쉬를 켜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인생의 1/3 을 잠으로 소비하는 인간, 소개 부터가 일상적이기는 하나 범상치 않은 부분이라, 주제를 잡는 그의 간택이 잠으로 뻗치기 까지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의 전개 또한 그가 보여줬던 여태까지의 소설들 처럼 그의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서 나처럼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낯설지 않게, 별다른 것 없이 속도감 있는 읽기를 즐길 수 있다. 

요트 하나를 타고 대양을 누비며 신기록을 깨는 아빠와 수면 과학자인 엄마를 부모로 둔 어린 자크의 성장 스토리 부터가 흥미를 끈다. 자라는 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한 수면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 일어나는 성장 발육 부진과 성적에 미치는 영향등이 아주 실제감 있게 다가왔다. 일상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생활 할 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생활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문제점들을 올바른 수면으로 들어가게 유도하여 풀어나가는 엄마의 과학 실험도 어쩐지 소설을 벗어나  현실에서도 적용해 보고 싶게 했다. 수면과 관련한 많은 정보도 비단, 소설의 전개에서 이루어 지는 것 뿐만 아니라 유익한 정보처럼 읽혀졌다. 잠을 자는 동안 이루어지는 5단계 수면이 이토록 생활과 몸에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실제적인 면에서도 수면 과학이 발달해야 할 필요성도 크게 닿아왔다. 

잠만 제대로 잘 자고 있다면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란 기대도 들었다. 자크의 엄마에게도 남에게 말하지 못할 수면 장애가 있었고 그만큼 더 비밀 프로젝트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발생한 사고. 이로 인해 사라져 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애쓰는 자크의 꿈 속을 찾아 드는 새로운 현상, 또 다른 자크, JK48, 참 독창적인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수면 마비를 일으켜서 자크에게 엄마를 찾으러 가라고 압박을 가하는 JK48,  말레이시아에 간 자크는 엄마가 언급했었던 꿈의 부족, 세노이 족을 만나게 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 지는  2권을 펼쳐보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