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고, 그 자녀들의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 속에 소소하게 녹아들어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킨다. 여기에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과 세밀한 묘사력이 한 몫 더해 작품은, 짧지만 긴 여운을 드리운다. 늘상 그렇게 살아왔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알게 모르게 주고 받은 상흔들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멀어지듯이 희미하다가 끝내는 강하게 마음을 후려친다.

늘 그렇게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 줄 것 같았던 아이가, 아버지가,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모습으로 변해 있거나, 당연히 자라나고 어른이 될 줄 알았던 딸 아이는 이미 곁에 없다. 함께 아이를 기르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했던 젊은 아기 엄마는 남편의 관심 밖으로 밀려 난 느낌을, 집에서 나와 친정에 머무르면서 시위하듯 표현을 하는 가운데 의문의 문자를 받게 되면서 마음 속의 변화를 가져 오게 되는 이야기와 이 책의 제목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더욱 가족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일본의 가족 구성과 문화가 우리네와 많이 닮아 있는 것에서도 감동의 선이 맞닿아 있었다. 일에 치여서, 아이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보낼 수 없었던 아버지들의 자리가 어른이 된 후의 자녀들이 느끼게 되는 아버지의 모습과 기억은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의도하지 않게 행복할 수 없었던 그 때 그 시절의 모습들은 자녀가 부모를 기억하는 이상으로 부모가 기억하는 가족의 행복은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아이가 없는 부모들의 성인식, 자신만의 삶의 규칙을 적용했던 딸의 어린 시절과 나이 든 후의 모습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가족은 경쟁 대상이 아님에도 치열하리만치 대결 구도로써 대하고 생각하게 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분노를 넘어선 오기를 발동시킨 그 과정과 결과가 보여 주는 현재는 아주 강하게 닿아왔다. 평생을 이발사로 살아 온 나이든 이발사의 입을 통해 삶이 전개되어 가고, 그 이야기를 차분히 다 들으며 머리를 깎는 젊은이, 구성도 좋았지만 그 끄트머리에 가서는 왠지,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젋은 봇짐 장수의 채찍 휘두르는 손이 똑같이 왼손 이었다, 라던 부분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주제로 전개해 가는 시계포 주인과 주인공의 대화 속에서도 아버지를 기리는 그 마음이 한껏 느껴지도록 읽게 하는 정서가 풍부했다.  

6편의 짧은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소한 장면들이지만 작가가 세밀하게 표현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특히 내면의 모습, 내면과의 대화는 독자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다가오게 했다.

" 가족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어루만지는 기적"  이라는 소개 문장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그리고 쟁쟁한 작가들의 추천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