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에 겨운 행복]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에잇!! 난 그런건 모른다. 단지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소재들이 흥미로웠을 뿐이다.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다뤘다기에 꽤 관심이 갔다.

 

「컨설턴트」에 나오는 주인공의 표면적 직업은 그의 명함에 나와있듯이 컨설턴트이다. 단어적 의미로 보자면 기업경영에 관한 기술상의 상담에 응하는 전문가라고 하며 간단히 말하자면 구조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면적 진실은 회사에서 한 사람에 대해 간단한 자료들을 주면서 의뢰를 하면 그것을 가지고 킬링 시니리오를 쓰는 것이다. 어떤 한사람 자체의 인생을 구조조정하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우연처럼 보이게 하나하나 조각을 맞춰가며 그 사람을 결국 타살이 아닌 자살이나 혹은 자연사로 혹은 사고사로 둔갑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의 시나리오대로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인간은 누구나 죽어야 할 이유가 수도 없이 존재한다고 합리화를 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을 아무리 구조조정한다고 하여도 사회(구조)는 멀쩡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회는 자본주의에 적합한 인간들이 스스로를 모두 합리화 시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라고 늘 반복적으로 되뇌이며….

 

「컨설턴트」는 매우 흡입력 있게 읽혀졌다. 책 소개에서 밝힌 것처럼 미드 범죄 스릴러 <CSI>를 연상시킬 정도로 잘 읽혔다. 주인공이 킬링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실행하는 것까지 놀라울 정도로 현실감 있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시나리오 수정작업이 딱히  필요없겠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하지만 내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인간의 합리화를 참으로 부정적으로 그려냈기때문이다. 문학적 식견이 없는 일반적 독자중의 한사람인 나는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이 인간이 존재하며 살아가는 순간 순간의 아이러니함, 딜레마를 딱 꼬집어 냈기때문에 그리 현실감이 떨어졌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죽음조차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사회를 거창하게 비판한다기 보다는 정말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사회의 아이러니함이 우리 한명한명의 인식하지 못하는 행동의 결과로 부터 나왔다는 것이 소름끼칠 정도였다. 나에게 ’실상은 사회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툭 질문을 던져주는 듯 했다. 나도 분명 이 글 속의 주인공처럼 ’어쩔 수 없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음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결국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 피비린내에 겨운 행복을 느끼는 것인가!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는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구조의 구성원들뿐이다.  -2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