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등의 추리소설로 너무나 유명한 일본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오래전 작품이다. 추리소설에 거부감은 없지만 왠지  쉽게 선택되어지지가 않던 영역이다. 관심은 있지만, 그닥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고 할까? 그래서 추리소설계의 여왕이라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로 일단 발을 들여 놓았다.

 

몸을 추스르기 위해 휴직 중인 형사 혼마는 죽은 아내의 조카 부탁을 받고 그의 사라진 약혼녀 세키네 쇼코의 행방을 찾는다. 처조카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 준비를 하다가 필요에 의해서 그녀에게 카드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카드 신청을 하면서 그녀의 개인파산 이력이 드러나고 이후에 바로 연락이 두절되어버렸다.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쇼코의 행적을 추적하면 할수록 그녀에게는 놀라운 이면들이 발견된다. 세키네 쇼코인 줄 알았던 그녀가 사실은 신조 교쿄이며, 얼마나 치밀한 계획하에 세키네 쇼코란 이름을 차명하여 생활하게 되었는지 혼마의 끊질긴 추적끝에 그녀의 과거가 조금씩 들어나며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지 행복해 지고 싶었을 뿐'이라는 평범한 한 여성이 신용카드, 할부, 불법대출 등을 통해 헤어나올 수 없는 불구덩이에 빠져 어떻게 허우적 거리는지 화차는 잔인하리만큼 세밀하게 보여주었다. 사실 나도 카드를 참 좋아한다. 개수에 상관하지는 않지만, 현금보다는 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편이다. 하지만 카드가 가진 편리함과 거짓행복의 양면성에 빠지면 결국 나도 화차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살짝 두려웠다. 카드나 대출(사채)이 현대인에게 있어서 재산을 불릴 수 있고,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하나의 평범한 수단으로 자리잡혀 있는 지금,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광고란만 봐도 개인파산을 돕는 다는 명함이 수두룩히 꽃혀있다. 즉, 이미 끝까지 간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설이 아닌, 현실에. 그것이 소설을 소설로만 볼 수 없게해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내게도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없기에….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살아가는 현재의 나에게 한번쯤 그 형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행복이란 자신의 땀으로 조금씩 일구어가며 이뤄야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의 흔적이 추잡한 이력으로 남지 않길 계속 되뇌이며….

그리고, 정말 멋진 한편의 의미있는 추리소설을 만나 읽는 동안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