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일본 소설을 만났다. 삶과 죽음과 사랑을 놓고 작가가 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마치 감기약에 취해 몸이 저 밑으로 끌려내려가는 것처럼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이 책에서 계속 헤어나오지 못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에 가슴을 쥐어 짜며….

’혹시, 이 사람을 찾고 있나요?’ 라고 물으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애도하는 사람은 대체 누굴까요?’라며 다시 한번 물어본다. 사카쓰키 시즈토, 바로 그가 글 속의 모두가 궁금해 하는 애도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사카쓰키 시즈토를 중심으로 그와 관계되어 있는 3人의 시점에서 그를 보여준다. 자극적인 기삿거리를 찾아 헤메는 출판사 기자 마키노, 자신을 학대한 남편을 살해한 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유키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이지만 가족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남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시즈토의 엄마 준코가 바로 그 3人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본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는 처음엔, 아니 끝까지도 온전히는 이해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주변인들의 죽음을 통해 고통을 받아 모든 것을 버리고 시작한 애도하는 사람의 길은 참 공감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알지도 못하면서 그 많은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 애도 할 수 있는지…. 시즈토는 죽어간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물어볼 뿐이었다.

  "이 사람은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했을까요? 사람들은 어떤 일로 이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을까요?" 

그렇다. 시즈토는 한 사람이 어떻게 죽어서 그 사람이 아닌 사건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한사람으로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애도이다.

억지로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모든 것을 사랑으로 치환시켜 보였지만, 어느 순간 나도 그 사람의 애도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희미하게 느낄 수 있는 바람을 오른손에, 땅 냄새를 왼손으로 받아 가슴 앞에 모으고 나를 기억해 주길… 어디의 누구인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분명 좋은 점도 있을 거라고, 열심히 살았을 거라고,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사람이 존재했다고 기억해주는 그 사람이 있길 바라고 있었다.

또한, 죽어가는 시즈토의 엄마 준코와 새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그녀의 딸 미시오의 모습을 보면서 죽음과 생명은 같은 선에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화가 안되어서 유동식을 만들어먹고 시원하게 변조차 볼 수 없고 거동도 불편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순간 두려워하고 소름돋았던 죽음이 조금은 편안하게 받아들여 졌다고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생과 사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을, 그리 다르지 않음을...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본질임을...

내내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애도하는 사람은 나에게 어렵지 않게 다시 한번 말해 주었다.

"인생의 본질은 어떻게 죽었나가 아니라, 사는 동안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받고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았는가에 있는게 아닐까..." 라고. 애도가 고인을 묻으려고 하는게 아닌 지나온 삶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는 것임에 살아있는 지금의 내가 오히려 더 큰 숨을 얻은 듯 하다.

 "당신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걸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