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작가, 미나토 카나에가 신간을 내었다. 나는 그녀의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 <고백>이란 책 제목만 알뿐….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나도 열광해서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끝내는 속죄를 만나야 겠단 생각에 사로잡혀 바로 실행에 옮겼다. 표지부터 얼마나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끄는지 붉은 꽃 속의 한송이 흰 꽃이라...

표지가 나타내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호기심을 갖고 책의 첫장을 펼쳤다.

편의점도 없는 한적한 시골 어느 마을에, 도쿄에서 이사 온 에미리란 여자아이가 학교에서 살해 된 채 발견되어졌다. 그리고 그녀를 발견한 것은 에미리의 친구 사에, 마키, 아키코, 유카. 오봉(우리나라의 추석같은)날 어딘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아이들이 배구를 하며 학교에서 놀고 있었는데 낯선 사내가 도움을 청해왔다. 그리고 당첨된 아이는 에미리. 그러나 6시가 넘도록 에미리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머지 아이들이 에미리를 화장실에서 찾았다. 숨이 끊겨있는 상태로.

그러나 끝끝내 범인은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4명의 아이들이 각각의 이유로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했으므로...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에미리의 엄마는 마을을 떠나기 전 4명의 소녀를 불러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난 너희를 절대 용서 못해.  범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속죄를 하라고.

그것도 안하면 내가 너희들에게 복수할 꺼야" 

겉으로 보기엔 시골 마을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녀들이지만, 그들의 내면엔 저마다 다른 색깔의 삶과 아픔이 새겨져 있다. 편지, 연설 등을 이용한 독백형식을 사용하여 이 소녀들이 과거의 기억을 떨쳐 내지 못하고 그것에 얽매인 채로 성장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 글을 읽는 내내 눈앞에 생생하였다. 속죄해야 함을 가슴에 담고 사는 그녀들의 인생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였다. 자아도 형성되지 않는 소녀들에게 충격적인 경험만으로도 트라우마에 갇히기 쉽상인데, 속죄의 덫마저 그녀들의 가정환경, 성격 등과 맞물리면서 인생을 좀먹어 버린 듯 하다.  이미 떠나간 에미리는 그녀의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위로해주지만, 남겨진 그녀들의 속병은 온전히 스스로만의 몫인 듯 했다. 속죄의 의미로 그녀들의 인생에서 한가지씩을 속박하고 사는 모습에서 그녀들이 잃은 존재의 가치를 위해서는 누가 속죄해야 할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살인자 일까? 에미리의 엄마일까?

그녀들의 인생이 속죄에 갇혀서 어떻게 일그러지는지 활자로 읽으면서도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듯이 묘사 되었다.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 한편의 미스테리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들이 가진 고통이 전달되었고, 살인자와 에미리의 엄마가 가진 삶의 후회도 전달이 되었다. 속죄는 누가 누구에게 해야하는것일까? 나에게 있어 이것은 끊임없는 의문으로 남을 듯 싶다. 쉬이 정답을 내릴 수가 없는….

인간은 모두다 나약한 존재이기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순간의 실수로 나의 인생을, 다른 이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속죄하는 것은 이들처럼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고, 혼자만의 짐으로 지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옆에서 함께 생각하며, 대화하며, 나누려고 하면 각자의 상처와 죄값으로 남기보다는 함께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충격적 사건으로 각자 따로가 되어버린 그녀들에게 함께 만나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는 시간을 빨리 갖게 해주고 싶다면 독자의 욕심인 걸까?

또한, 처음 표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데 그 어디에서도 정확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름 찾아본 것이 빨간색은 유혈의 범죄, 복수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흰색은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속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빨간색과 흰색이 함께 쓰인다면 그것은 바로 '죽음'의 뜻이 된다. 이 의미대로 따라가자면 표지만 봐도 이 책에는 죽음이 그려지고 얼마나 많은 복수와 외로운 속죄가 그려질 지 연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첫작인 <고백>을 얼른 읽어봐야 겠다. 그녀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매우 흥미롭고 책을 펼친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온전히 빠질 수 있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살인자를 알게 된 순간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은 듯 하였다. 마치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혼돈의 시간 속에 빠진 것 처럼. 온몸을 전율시킬 그녀의 또다른 스토리를 빨리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