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의 기본적인 틀은 『백마산장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두 작품 모두 한 건물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며 과거의 사건과 연결된다는 점이 유사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나 해결 과정과 마무리는 전혀 다르다.

 회랑정(혹은 일원정)이라고 부르는 여관은 일류 기업가인 이치가하라 다카아키가 지은 곳으로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곳이다. 여기서 1년 전 그의 비서 기리유 에리코의 동반자살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의 경과는 기리유의 남자친구 사토나카 지로가 뺑소니 사고를 낸 직후 회랑정을 찾아와 방화로 기리유와 동반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리유 에리코는 화상만 입고 살아났다. 그리고 그녀는 다카아키을 조언해 주던 선배의 부인인 혼마 기쿠요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회랑정에 나타난다.

 회랑정에서는 다카아키가 죽고 그의 유산 분배 문제 때문에 모이는데 혼마 기쿠요도 초대장을 받았기 때문에 참석한다. 하지만 실제 참석자는 혼마 기쿠요가 아닌 혼마 기쿠요로 변장한 기리유 에리코였다. 그녀의 목적은 자신의 남자 친구 사토나카 지로의 동반 자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지로의 복수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동반자살 사건이 실제로 동반자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살인계획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랑정에서는 다카아키의 변호사인 후루키가 유서를 밝힐 계획이었는데 후루키가 도착하기 전날 기쿠요는 기리유의 유서라면서 범인을 유인한다.

 기리유는 자신의 방 머리맡에 유서를 두고 가방 속의 비디오카메로 녹화를 해두고 자는데, 그 미끼에 걸려든 사람은 바로 기요미의 딸 유카였다. 그리고 복제해둔 마스터키로 유카의 방에 들어가서 유카를 죽이기 위해 목을 졸랐지만 이미 죽어 있었고 방문소리가 들려 회랑정 건물밖의 정원을 통해서 달아나 자신의 방으로 달아난다.

 이로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사토나카 지로의 죽음이 유카였던줄 알았지만 그렇게 단정할 수 없었던 것. 왜냐하면 유카의 방에서 유서도 같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범인은 누굴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브루투스의 심장 』에서도 『성녀의 구제』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한 쪽으로 만들어 놓고 큰 반전을 만들어 버린다. 기리유 에리코의 사랑과 유카의 사랑이 이 소설에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여성의 사랑이나 혹은 상처가 사건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카의 사랑에는 살인은 없다. 다만 그녀의 죽음으로 또 하나의 힌트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여성 기리유 에리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큰 사건을 만들어 낸다. 그녀는 비서로서 다카아키의 친자식을 찾다가 사토나카 지로를 만난 것이고 그녀를 사랑해준 사토나카 지로를 잃자 복수를 꿈꾸는 여인으로 나온다. 그녀의 복수는 정말 알기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추리소설 특징상 모든 대화나 행동 그리고 배경이 힌트가 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조합해서 추리해야하는데 여기는 그것만 가지고 쉽지가 않다. 주인공인 기리유 에리코의 독백으로 그녀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다른 작품만큼 재밌게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품의 후반부만큼은 정말 재밌게 봤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반전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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