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유머시리즈 2번째 소설 독소 소설이다. 독소(毒笑)라는 말은 "독기를 품고 웃는 웃음"이라는 뜻인데 제목과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유괴천국」은 재벌인 노인 3명 복덩이, 돈방석, 보물섬이 만나서 복덩이가 손자와 놀고 싶어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다. 이들의 이름이 복덩이, 돈방석, 보물섬인 것은 돈 많은 부자를 의미하는 걸로 보인다. 복덩이의 손자 겐타는 5살인데 유치원에 가정 교사에 공부만 하고 사는데 복덩이는 이런 겐타가 시간이 없어서 놀아야 되는 시간에 놀지 못해 같이 놀았으면 하는 이야기를 친구들인 돈방석과 보물섬에게 한다. 그래고 짜낸 아이디어가 바로 손자를 유괴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자와 놀기위해 망해가는 놀이 공원을 사서 리모델링하고 손자를 유괴해 온다. 손자는 놀아야 될지 고민하다가 결국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해서 겐타의 친구들까지 모두 납치해온다. 그렇게 납치해온 애들은 노는 법을 몰라서 가만히 있다가 무언가 지시를 해주면 따라가는 아이들, 그리고 못한다고 해보지도 않는 아이들은 소위 얘기하는 어른 아이가 되어버린 이 아이들은 부모들이 이미 공부만을 시켜서 공부만 하게 되는 즉, 공부에 유괴된 아이들이라고 할아버지들은 말한다. 그러면서 놀아야 될 때 놀지 못한다면 안타까워한다. 더욱 재밌는 것은 몸값에 관한 얘기이다. 부잣집 자식인 겐타가 몸값이 1억엔이라고 하자 겐타의 어머니는 껌값밖에 안된다면 너무 낮은 거라고 얘기하는 장면, 그리고 몸값을 받는 과정에 경찰을 따돌리는 방법은 참으로 기묘하고 재미있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런 점이라고 생각한다.

 

「엔젤」은 엔젤이라는 동물을 발견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사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엔젤과 관계된 일련에 사건들. 엔젤이 천사 같았기에 특별보호동물로 지정되었다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자 멸종시키려고 하는 인간들. 외계에서 지구의 인간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 보는 외계인들의 시선으로 웃음을 그려냈다

 

「도미오카 부인의 티파티」는 ABC 전기회사 도미오카 이사의 부인이 열고 남편의 회사의 부하들의 아내들이 참석하는 파티이다. 도미오카 부인은 음식이나 바느질 등 잘하는게 하나도 없는데 부하의 아내들은 남편의 내조를 위해 다들 잘한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도미오카 부인은 그 물건들을 그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어느 날 티파티에서 부인은 다른 취미가 생겼다며 가지고 오겠다고 밖으로 나간 순간, ABC 전기회사 직원들의 아내들이 도미오카 부인을 험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탁자 밑에서 도청기는 만드는 법에 대한 잡지를 발견하게 되고 도청기도 발견하게 되는데, 아내들은 놀라고 있는데 쾅 소리와 함께 세탁기 옆에 가보니 도미오카 부인이 거품물고 쓰러지는 대반전이 웃음을 준다. 마지막 도청기는 제대로 만들었다는 반전.

 

「메뉴얼 경찰」은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자수하러 왔다가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모든 과정을 메뉴얼대로만 하는 융통성 없는 경찰들. 그리고 자수를 접수할려고 하는 마지막 순간 접수 받는 사람은 점심시간이 1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접수를 받지 않고 점심을 먹으로 가버리고 이에 자수하려던 남편도 경찰서 앞 햄버거 집에서 밥먹으려다가 햄버거 가게에서 조차도 메뉴얼대로 하자 분노하여 햄버거 종업원을 폭행하는 마지막 장면은 메뉴얼에 대로 행동하는 사회에 분노하는 남편을 그려냈다.

 

「나 홀로 집에 - 할아버지」는 영화 『나 홀로 집에』를 약간 모방했다. 할아버지가 아들네 가족이 모두 외식을 가는데 자신은 손자가 가지고 있는 성인용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 홀로 집에 남는다. 그리고 도둑이 침입하고 일어나는 사건이다. 얼떨결에 범인은 경찰에게 잡히고 마지막에 성인용 비디오가 60인치 TV에서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대단한 반전이었다.

 

「인형 신랑」은 유명 가문의 자식이 어머니가 시키는대로 하며 살다가 결혼식날 배가 아파오는데 어머니가 어떻게 해야할지 가르쳐 주지 않은 상황이라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결국 예복을 입은 채로 볼일을 봐 버리고 눈치챈 신부는 도망을 가버린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이렇게 기르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이야기이다.

 

「여류작가」는 인기 여류자가가 임신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나오는 이야기이다. 결국 아내는 돌팔이 병원에서 죽고 남편이 아내의 행세까지 하며 글을 쓴다. 그리고 들키지 않게 창문에 아주 큰 디스플레이를 달아서 켜놨는데 이로 아내가 죽은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아이와 아내는 성장하지 않고 그대로가 된다는 사실이 재밌다. 약간의 추리가 필요한 이야기다. 아마 일본의 노인이 죽고 나서 연금을 타가는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의취급설명서」는 살의를 조절해서 결국 살인을 이르게 하는 책을 산 한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와 결혼까지 약속했던 애인을 친구에게 뺏겼던 그녀는 이 책을 읽고 살인을 하기로 마음 먹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평소 가전제품의 설명서도 제대로 이해못하는 그녀가 이 설명서도 뒷부분을 이해하지 못해 이 책은 결국 책장에 꽂혀 있고 살의는 옷장에서 썩고있다는 내용이다.

 

「속죄」는 뇌과학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는 뇌과학과 관련된 소설이 많은데 이 단편 또한 그렇다. 주인공 구리바야시는 회사에서는 일에 미친사람이고 집에서는 딸에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공부하라고만 한다. 그는 어릴 때 뇌량 절제수술을 받았는데 그 이유로 좌뇌의 영향만 받고 살았기 때문이다. 우뇌에게 이걸 속죄하기 위해서 음악을 배운다는 이야기이다. 반전은 속죄할 대상이 자신의 우뇌였다는 것.

 

「영광의 증언」은 주인공 마사키 고조가 집에 가다가 우연히 목격한 살인 사건으로 일어난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집에 가다 어두운 골목에 두 사람이 싸우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싸움은 결국 살인 사건이 됐고, 집세를 받으로온 주인집 영감이 주인공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신고한다. 그리고 고조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고조는 들떠있게 되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그 사건으로부터 수그러들면서 주인공의 심경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던 중 자신이 잘못된 증언을 했다는 생각에 골목길을 보는데 골목길이 어두워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에 자신의 집에 형광등을 가로등의 형광등을 바꿔 끼우다 가로등에서 떨어지고 그것을 경찰이 발견하게 된다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었다.

 

「미스터리 진품명품 감정쇼」는 야마다 데쓰키치가 죽음을 눈앞에 두자 아들인 야마다 시로에게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나무막대기 2개를 물려받는다. 그리고 그 나무막대기 2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죽는다. 2개월뒤 감정쇼가 시작되고 여기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명탕정의 규칙』에 나오는 명탐정 덴카이치도 나온다. 이 단편은 추리소설이기도 한다. 결국 시로는 나무막대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고 그 나무막대기를 범인에게 천만엔 이상에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나무 막대기 2개가 수천만엔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이유를 밝혀내는 재미가 있다.

 

「유괴전화망」은 한 유괴범이 아이를 유괴해서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하지 않고 불특정한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유괴범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또 전화를 받은 사람은 또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유괴범이 잡히지만 전화는 계속된다. 결국 사람들은 무언가에게 조종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의 심리를 잘 그려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독소소설』은 『괴소소설』과 마찬가지로 심리묘사를 재미있게 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읽다보면 웃게되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일본소설, 독소소설, 히가시노게이고,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