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 목회자의 기독교 신비주의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는 여러가지 유익함과 역사적인 근거와 논리가 있었지만, 무언가 하나가 빠진 것 같았다.
믿음의 세계와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법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과 폭넓은 이해의 부재라고 할까...
 
 하나님과 친밀하게 교제하는 삶을 통해서 날마다 하나님의 풍성하심을 경험하고 누리는 신앙의 모습들 중에 은사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들을 플라톤의 이분법적인 철학과 상승신학이라는 타이틀 속으로 분류하는 모습 속에서 다소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결국 이런 역사적 맥락 속으로 분류되어 버리면 왜곡된 신앙과 배교라는 이름표를 달게 된다. 안타깝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역사적인 흐름을 통해 어떤 운동과 현상들을 분류할 때 꼭 이런 맹점이 생기는 것 같다.
 
역사적 근거를 들어서 시대의 조류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역사의 흐름에서 처음으로 태동된 운동 안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현상들은, 분류되는 순간 그 어떤 논의나 재고의 여지없이 땅 속으로 묻혀버린다. 역사적인 뿌리를 찾아 분류하는 데는 장점과 맹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혀 그런 뜻으로 출발한 것이 아닌데도, 나타나는 현상이 과거의 역사적인 운동들과 관련성이 있으면, 이것은 ~부류, 저것은 ~부류 나눠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적의 은사는 오늘날에도 있는가]이 책은 이러한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구원 이후의 2차적 체험과 성경에 나타나는 기적의 은사들이 여전히 오늘도 유효한 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중지론적 관점을 대표하는 리차드 개핀, 신중 수용론적 관점의 로버트 소시, 제 3의 물결의 관점을 제시하는 새뮤얼 스톰스, 오순절 은사주의를 주장하는 더글러스 오스...
이렇게 4명의 학자의 글이 비교적 균형있게 실려있다.
 
물론 이 책의 논의들이 한 가지로 귀결되는 결론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4가지 관점을 가진 신앙의 노선들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을 믿으며,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경험하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된 신앙의 고백 위에 서로의 의견차이를 잘 개진해 나간다면 보다 큰 유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기적과 은사에 대해 열린마음을 가진 신앙의 노선에서도 보다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체험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무릎꿇는 순종이 자세가 있었으면 좋겠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식의 자세는 버렸으면 좋겠다.

또한 기적과 은사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도 왜 이러한 주장을 하며, 이런 체험적인 은혜를 사모하는 지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는 식의 자세는 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