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엄마 이야기

따뜻함이 묻어나는 생활동화 한편

표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할머니, 엄마, 나, 나의 딸.

이렇게 여성 4대가 한 공간에 누워 제각기 다른 꿈을 꾸는 모습은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딱 한번 이렇게 한 공간에서 4대가 누운 적이 있었다.

그날을 생각하니, 이 그림이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나의 엄마가 땅을 벗 삼고 할머니가 땅을 벗 삼아 살아오셨듯이 나 역시 땅 밟고 땅기운 느끼고자 작은 텃밭을 만들고 그 속에 자라는 작은 생명들과 교감하며 지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현대인들의 각박하고 건조한 마음 한 켠에 자연을 동경하는 마음을 불어넣어 준다. 

내가 느끼는 자연에 대한 동경은 우리 엄마세대의 느낌과는 다르다.

내가 느끼는 자연은 푸르름을 느끼고 성장을 느끼는 일종의 취미생활이라면 우리 엄마들이 느끼는 자연은 고단함을 연속으로 이끌지만 그 속에서 자식을 키우고 일군만큼 돌려주는 생업의 터전이다. 내가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나의 엄마가 느끼는 자연의 일상이 다른 것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콩을 심는 것에서 시작되는 엄마의 투정은 아이 눈에도 재미있는 놀이로 느껴진다. 그런 엄마와 달리 엄마의 엄마와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콩을 키우는 일을 농사로 느끼며 진지하게 대한다. 농사를 지으며 느끼는 고난을 할머니나, 할머니의 엄마는 축척된 노하우로  장면 장면마다 수월하게 고난을 해쳐나가며 콩 농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가을 햇볕에 말리는 콩 다발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엄마와 달리, 콩을 잘 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엄마의 엄마들을 보며 농사꾼으로 사는 우리네 엄마들의 일년 걱정을 살짝 엿볼 수도 있다.

성공적으로 콩 수확을 끝낸 세엄마는 농사의 참된 기쁨을 함께 느끼고 수확한 콩으로 된장을 만든다.

엄마 도와줘~ 하는 엄마의 외침 속에는 성인이지만 응석섞인 엄마의 투정이 들어있다. 그것을 듣는 우리 아이들도 엄마도 할머니의 자식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세 엄마 이야기에는 엄마의 내리사랑과 농사짓는 농부들의 고단함, 그 속에서 얻는 농업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엄마가 그리워지는 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투정할 수 있는 엄마를 한번 불러보게 된다.

나도“엄마~ 도와줘~~” 외칠만큼 엄마가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책.

그래서 아이에게 그 엄마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