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의 천일책

나의 어릴 적 꿈도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동화 속 공주모습을 꿈꾸곤 했었다.

대부분의 명작들이 여성중심의 동화가 아닌 순종적이고 선택되어지는 나약한 공주상을 그린 동화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살아서일까?

멋진 왕자에게 선택받는 것이 공주의 일이고 공주는 그저 예쁘고 얌전하고, 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딸 둘을 키우다보니, 아이들에게 절대 읽어 주지않는 동화가 백설공주, 신데렐라같은 순종적인 공주들이 나오는 동화들이다. 어릴 때 판단력이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기 전에 엄마와 같은 오류를 범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명작이라도 진취적이고 여성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남자들에게 인정받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동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몇 안되는 페미니즘 동화 중에 하나인 <프린세스의 천일책.>

책을 펴들고, 내가 먼저 빠져들게 되었다.

그림형제의 원작인 <마렌 공주>의 이야기를 공주의 입장이 아닌 시종인 다쉬티의 입장에서 그려낸 동화이다.

원작의 내용은 1000일 동안 공주와 그녀의 시종이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지않아 탑 속에서 갇히는 내용이다.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는 탑 속의 공주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탑에 함께 갇힌 공주의 시종이 주인공이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나약하고 삶에 희망이 없는 공주 옆을 지키며, 자신의 생각들을 일기를 통해 보여주는 다쉬티. 유목민인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끝까지 노력하고 관철시키는 당찬 여성이다.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다쉬티의 외모는 얼굴에 붉은 반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자신의 외모를 스스로 받아들이며 현실에 수긍한다.

공주처럼 살 기회가 생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치와 신분을 깨닫고 모든 일들을 밝히는 용기도 가지고 있다.

탑에 갇혀 죽게 되었을 때도 용기를 잃지않고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살아서 나갈 방법들을 고민하는 지혜로운 여성.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다쉬티가 되어있는 나를 보게 된다. 그래~ 하며 함께 공감하며 따라갈 수 있는건 다쉬티의 고민들이 내가 겪었던 갈등과도 닮아있어서가 아닐까 싶고,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갈등들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잘생긴 샤렌공주의 약혼자인 칸 테거스가 나온다.

아이들도 어른도 함께 꿈꿀 수 있는 완벽한 남성.

우리가 말하는 백마탄 왕자님이다.

자신의 약혼녀인 샤렌을 알아보지 못하고 샤렌의 행세를 하는 다쉬티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얼굴도 보지 못하지만 서로가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상대에게 끌린다는 것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상대가 자신과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하는 부분이다.

나는 우리 딸들에게 이런 종류의 소설을 많이 읽히고 싶다.

1학년이 읽기엔 분량이 좀 많은 편이다.

3학년 이상 공주를 꿈꾸는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