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시간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림만큼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도 없을 듯싶다. 그림은 자기 자신의 위안과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우리 아이들은 그림으로 감정을 잘 표현한다.

그만큼 그림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오래되고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데에 부담이 없다.

아이들의 그림은 개성적이고, 독특한 감정들이 묻어나는 것 같다.

그럼 나는 어떤가..

오래전부터 그림 그리기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행여 내 속내를 들킬까봐 내가 그린 그림이 평가의 대상이 될까 두려움이 먼저 찾아든 것 같다.

누구보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힘든 표현방법이 된 것은 획일화된 교과과정속의 그림그리기 타성에 젖어있었던 탓일 듯 싶다.

[채색의 시간]은 나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미술을 통해 하고자하는 어른들을 위한 책인듯 하다. 또한 그림그리기에 자신이 없는 청소년에게도 좋을 듯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부담스러운 수채물감은 다루기가 힘들다. 그런 부담감이 그림그리기의 흥미를 두려움으로 변질 시켰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오직 색연필만 있으면 된다.

색연필을 가지고 책의 뒷면에 나온 12가지 야생화를 채색해봄으로써 그림그리기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채색의 시간] - 한국의 야생화 편은 외래종의 화려함에 묻힌 우리 야생화를 그려보는 책이다.

금세 사라져버리는 야생화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쉽게 깨닫기가 힘들다. 사진에서는 표현되지 못하는 야생화의 매력을 색연필과 그리고자하는 사람의 감성을 통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야생화 한 송이가 완성된다.

책 속에는 12가지의 야생화가 그려져 있다.

겨울 눈밭을 가장먼저 뚫고 나와 봄이 가까워짐을 알려주는 복수초가 그 첫 번째이고, 마치 외래종 같은 이름을 가진 얼레지.

뿌리는 약에 쓰이는 고운 보라색 꽃이 화려한 용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천남성.

섬세한 터치의 힘이 느껴지는 모시대.

흔히 마주해서 더욱 친근한 참나리.

이름이 특이해서 오래 기억하는 ‘개불알꽃’인 복주머니 난.

우리나라에 귀화한 외래종인 등심붓꽃.

들판 가득 꼬리를 흔드는 전주 물꼬리 풀.

재미있는 뜻을 가진 둥근이질 풀.

해질 무렵 피고, 해가 뜨면 시들어 안타까운 예쁜 달맞이꽃.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연꽃.

등이 야생화 편에 실린12가지의 야생화 꽃이다.

채색을 통해 완성하는 나만의 개성이 묻어있는 야생화.

각 장의 그림마다 나오는 10가지의 표현 방법들을 가지고 차근차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책에서 보여준 모양의 야생화들을 비슷하게나마 완성하게 된다.

한 장을 그리고 나면 지금껏 가볍게 보아왔던 야생화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 손으로 완성된 그림을 보며 진정 야생화의 모습을 한번 찾아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책이다.

한 장씩 뜯어서 쓰는 스케치북에 야생화 스케치가 있어서 이 책은 채색만을 위한 책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스케치북을 뜯어 사용 후에 다시 같은 야생화를 채색 하려면 손수 스케치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스케치 원본만 따로 책 뒷면에 실으면 어떨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