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래 말도 하지 않고 그는 집을 나갔다. 형제들의 기대속에서 고향 산중턱에서 대학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만난 천관스님덕분이랄까? 그도 같이 스님이 되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계시던 영주 부석사에서 새로이 태어난다. 그는 제대로 행자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는 여기저기 절을 다니면서 물에 들뜬 기름과 같다. 
부석사, 의성 고운사에서 스님들의 행보, 해인사에서는 떠돌이 행자승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규율, 어렵게 찾아간 통도사에서는 폭력적 교육을 반항, 송광사에서는 소외, 초라, 선암사에서는 역사살 등등이 이 행자생활을 제대로 이어나가질 못했다.
행자도 하나의 수행으로 묵묵히 참아넘어가야 할듯 싶지만, 그는 물뜬 기름과 같았고, 부처님을 찾아해메는 어린양과 같다. 그 수많은 수행시절들로 그는 정식으로 밟지 못하고 어려움끝이 스님이 되었다. 부산에서의 선암사 생활은 인생의 절실..역마살이 도저 중국집에서 종업원, 나이트클럽에서 지배인. 등등 그는 밑바닥까지 가본다.
하지만 다시 숲속의 문에서 계속 서성거린다. 다시 들어와보니 행자승이 된다. 그 후 5년동안의 세월속에서 사미승으로 미국으로 오간다. 그가 말한 업으로 스님이 되어서도 전국 곳곳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의 발자취가 남는다. 그 업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방황속에서 헤매 나오지 못한다. 노동, 백련사에서의 14시간의 정진. 참선 그러다 결국에는 그 꽉 찬 병이 깨지듯 그는 터져버린다. 다시 요양생활로 마음의 심신을 추스린다. 아버지가 해내지 못한 업이랄까? 그 업이 그대로 자식에게까지 이어져 파라만장한 삶을 들으니 자식이 그 업을 풀어야 할듯 다시 태어난다.

내 한 - 내 업, 제대로 되지 못하는 허탈감. 불안, 생기지 않아도 될 미리 걱정하는 습성, 피해의식, 그것도 하나의 업이랄까?
진솔하고 솔직하게 밑바닥까지 가본 그가 써낸 글이라 더욱더 공감이 커지면서, 그가 젊은 시절 헤맸던 그 생각 그대로 전해져오고 있다. 그또한 뭉친 실타래를 풀러 스님이 되었듯이 내 뭉쳐진 실타래 속에서 남은 시간 동안 찾아보고 해결한다.
봄냄새로 향긋한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 이때, 다시 되집어본 내 안의 우물속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