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중심으로 나열되는 기존의 구성에 익숙해져서 우리는 역사라 하면 조금 지루할 것 같은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많은 용어와 사건, 인물들 때문에 무조건 암기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역사가 재미없어지는 이유중 하나다. 그래서 요즘은 구성도, 내용도 흥미로운 다양한 형태의 역사서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만나게 된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은 상당히 파격적인 구성을 자랑하는 책이다.

역사 속에서 라이벌 관계였던 시대의 주인공들이 법정에 나와 원고와 피고가 되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형태인데 참 기발한 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다 읽고 저자의 해박한 역사 지식이 부럽기도 했다. 원고와 피고 양쪽의 의견을 듣다보니 어려울 것 같던 그 시대 이야기가 정말 쏙쏙 들어온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기존의 교과서 내용과 다르게 양쪽의 의견을 다 알 수 있으니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제 8권은 수양제와 을지문덕이 주인공으로 원고와 피고로 다시 만나게 된다. 책머리에 을지문덕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주의를 환기시켜준다. 교과서에는 초,중,고 교과서 어느 부분에 등장하는 내용인지 표로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세계사와 한국사 연표도 나와서 어느 시대 이야기인지 이해를 돕니다. 재미있는 그림을 첨가한 등장인물 소개도 간단 명료하게 설명되어 쉽게 읽히고 이해도 금방되어 좋았다. 원고측 증인에 영류왕과 남생이 있어서 조금 의야했는데 실제 법정에서 증인 심문을 할 때 그 의문이 풀렸다. 프롤로그에는 무슨 소송인지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설명해주고 있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소장이 공개되어 청구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었다. 나물랄 데 없는 구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총 세 번의 재판이 열리고 열띤 공방이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된다. 증인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는 역사 이야기도 재미있고 이해가 쉬웠다. 재판이 끝날 때마다 휴정인터뷰가 나오는데 그 부분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다알지 기자가 나와 재판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기억하기 쉬웠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내용도 옆에 기록해줘서 이 책이 역사 공부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 내용을 판결문을 통해 다시 접하니 논리적으로 다가와서 더 이해가 쉽고 받아들이는데 신뢰가 생겼다. 에필로그 내용 또한 재미있게 구성해서 이 책이 내용과는 다르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다란 결론을 내리기 쉽게 해줬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역사책이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역사에 관심은 있는데 어려워서 다가가기 머뭇거려진다면 이 책의 전 시리즈를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맘에 드는 책을 만나서 읽는내내 진심으로 행복했다. 총 20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모두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나부터 시작해서 아이들과 가족들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