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에서 사랑을 빼면 머가 남을까. 제목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한번에 뒤집는 저 도발적인 제목 때문에 이 책이 몹시도 궁금했다.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건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 생각보다 참 괜찮다.

 

육아로 지칠때마다 그래도 힘이 되어주는 건 육아서다. 마땅한 조언을 구할 상대가 주변에 많지 않고 개인마다 생각하는 기준 또한 다르기 때문에 그래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육아서의 내용에 신뢰하며 자꾸만 들추게 되는 게 육아에 서툰 초보엄마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많은 육아서에서 사랑을 논한다. 많이 사랑해주라고 말이다.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 양육자와 피양육자 둘 다를 생각하는 사랑인지 그런 고민은 별로 없던 것 같다. 늘 사랑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의 관점에서 사랑을 말하고 있다. ‘조건 없는 사랑’ 즉 아무 이유 없이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말이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다. 반복된 육아로 타성에 젖어있는 요즘, 무언가 번쩍 깨우침을 주는 책을 만난 것 같다. 맞아. 그렇지. 늘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는 그저 내가 노력하고 잘 하면 당연히 좋은 걸로만 생각했다. 그러한 깊은 믿음 속에 내 아이가 어떤 느낌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던 걸까. 이제라도 이 책을 만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저자의 글은 상당히 논리적이기도 하다. 반박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긍하게 만든다.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우리는 아이를 원하는데로 통제하고 아이가 순종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위한 다양한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다. 착하고 온순한 아이가 칭찬을 듣고 이쁨을 받는다. 사랑을 이용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이 딱 들어맞게끔 우리는 사랑을 이렇게 활용해왔다. 얼마나 이기적인가. 그게 정말 사랑일까.

 

3장에서 나오는 과도한 통제에 대한 부분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꼭 한번 봐둬야할 부분이다. 4장 처벌의 대가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얼마나 무지했는지 일깨워줬다. 조건 없는 양육의 13가지 원칙도 좋았고 조건 없는 사랑을 위해 해야할 일들을 알려주는 8장 내용도 아주 좋은 내용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다.

 

들어가는 말에서 장 피아제의 말을 인용해 ‘작은 인간애가 이 세상의 모든 규칙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사랑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사랑하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는 이 책을 이 땅에 육아로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