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만 보고, 또 띠지 속 문장들을 읽고도 그닥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꽤나 독특하고 특별한 과정을 거친 아이들이고 가정이건만 그런건 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같이 느껴져서일까. 반신반의. 부러움만 시샘반. 내 감정은 뭐 그렇게 정의해 두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치고 한장씩 읽어가다보니 속도가 붙는다. 재미있다. 이 아이들이 세계를 누비며 겪었을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들도.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일류가 되어서라기 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사회 속에서 멋지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기대되기 때문이리라. 더불어 내 아이들을 그리 키우고픈 엄마의 소망이 담겨있는 것이기도 할테고.

 

책 속 옥 패밀리의 아이들이 고등학교도 다 마치기 전, 것도 세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 세계여행. 부부는 최고로 안정적이라는 교사란 직업을 가진 이들이기도 하다. 가능한걸까. 가능할 수가 있을까. 어쨌건 이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일이니 현실이 되어 버린 기정사실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저자인 부부는, 아이들은, 그리고 이 가정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여행에서 싸우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성장했다. 그리고 여행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 제목과도 동일한 자녀독립 프로젝트. 자신에게 잘 맞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고 또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 또 그 모습을 묵묵히 보아주고 보듬어 주는 부모. 과연 그 세계여행 속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간간히 책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전작을 찾아 읽어보고픈 맘 간절해졌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 온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각자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알아보는 등 스스로 척척 해내는 아이들이 그 나이 또래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검정고시 학원을 알아보는 과정은 웃음이 나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옥패밀리의 삼남매에게 실패나 좌절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편견과 좌절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인 내게도 꽤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전작에의 궁금증.. ㅎㅎ 옥패밀리의 545일의 그 여정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래야 이 자녀독립 프로젝트가 더 잘 이해되고 수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상담 가족의 이야기들. 부모라는 이유로 또 자식 사랑이란 이유로 흔히 범하게 되는 크고 작은 실수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의 진로 문제, 부모 자식간의 소통의 문제, 이 사회의 교육 문제 등등 전반적으로 다양한 화두를 지닌 책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나저나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온 가족이 세계일주를 떠날 용기는 절대 안나고 어쩌면 좋을까?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지만 학교에 가게되고 사춘기를 맞게 되면 곧 닥치게 될 일들이기에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 책이 부모의 시각에서 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면, 아이들의 입장에서 쓰는 풀스토리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조금 더 쉽게 유아틱하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리 조금 더 크면 함께 읽어볼 수 있도록.. 보통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던 평범한 삼남매가 달라졌듯이 우리 아이들이 삼남매의 이야기를 읽고 무언가 느낀다면 조금쯤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들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