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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 속 저자의 미소에선 암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의 고단함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하루의 일과를 주방에서 시작해 주방에서 끝내는 그래서 '음식 밖에 모르는 바보'라 불리우는 사람. 남편의 암선고로 온통 자연식 밥상에 몰두해 온 사람. 힘겨울 것 같은 시기를 잘 극복해 내고 또 지금은 힘겹게 암과 마주하고 있는 다른 이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미소만큼 아름다운 분이란 생각이 든다. 과연 책 속 레시피들은 또 어떨지 더 궁금해 지기도 하고..

<자연생활의 집>을 운영 중인 저자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 몇 장이 먼저 등장한다. 말그대로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 속 풍경.

자연에서 얻은 자연의 맛을 살린 치유 밥상. 암환자에게도 또 일반인에게도 좋을 건강 밥상 속 레시피들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매스꺼운 속 가라앉히는 요리, 기운차리는 죽 등으로 구성된 암 수술 후 한그릇, 한 끼 샐러드, 온 가족이 행복해지는 일품 요리 등으로 이루어진 암 수술 1년 후 한 그릇, 크게는 두 가지로 구분하여 레시피들을 담아내고 있다. 일단 암환자를 위한 요리들인 셈이지만 일반인들도 좋아할 레시피들로 이루어져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자연식이면서 건강식이니까 걱정없이 해 먹을 수 있을 것도 같고. 문제는 일반적인 우리네 식탁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는데 육식을 대체하는 밀고기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전혀 그렇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오히려 흔하고 손쉬운 레시피들에 조금씩 가감이 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제일 처음 등장하는 음식은 콩나물무냉국. 매스꺼운 속을 가라앉히는 요리에 해당한다. 콩나물국을 차게 해서 먹는건 가끔 먹어본 적이 있는데 무를 함께 넣어 국을 끓이는 건 처음이다. 그 맛이 어떨지 궁금.. 저자의 요리 소개에 의하면 소화효소 중 하나인 디아스타아제가 풍부한 무를 넣어 소화 촉진 효과가 탁월하단다. 더불어 차게 해서 먹으면 속이 더부룩할 때 그만이고. 간단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에 얼른 따라해 보았다. 뭐든 차게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 생각도 나고 해서.. ^^

무를 함께 넣어 끓인 콩나물국이라 그 맛이 어떨지가 제일 궁금했다. 일단 큰 차이는 없이 콩나물국 같은 맛..^^ 다만 무가 들어가서 좀 더 달달한 맛이 나는 느낌이랄까. 단맛이 조금 더 강해지고 구수한 맛이 더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암튼 좀 더 깊은 맛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평상시에 잘 안 먹던 아이들도 잘 먹어주고. 차게 해서 먹으니 시원하고 정말 소화 잘 되는 기분~ 살짝만 달라졌을 뿐인데 의외로 맛난 요리를 만난 느낌이다.

다음으로 도전해 본 건 애호박 국수. 국수는 우리집 식구가 모두 좋아하는 요리. 그래서 종종 해 먹곤 하는데,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고명으로 쓰인 애호박을 기름에 볶는것이 아니라 쪄서 사용한다는 것과 통밀면을 사용한다는 것 정도. 애호박은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어 손발이 찬 환자들에게 좋다는 부연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이렇게 각각의 레세피들마다 사용된 식재료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의외로 간단하고 담백한 한끼를 차려낼 수 있는 애호박 국수. 오후 간식으로 아이들에게 주면 부담없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을 듯 싶어 휘리릭~ 만들어 보았다.

통밀면 대신 집에 있는 오색국수 중 아이들이 고른 핑크빛으로 국수를 삶아내고 양념장도 만들어 보았다. 다뜻하고 담백한 한끼로도 또 출출할 때 허기를 달래는 부담없는 간식으로도 모두 좋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엔 자연식 양념이 등장한다. 모든 요리의 기본 국물이 되는 채소국물 만드는 방법, 자연식 고추장 마요네즈 된장 등이 등장한다. 특히 채소국물 같은 경우는 일정 분량을 미리 만들어 두고 사용하면 요긴하게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말그대로 멸치나 고기 등을 배제하고 채소만 사용한 국물이라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인 듯..

채소국물 만드는 방법도 초간단. 무, 양파, 말린 표고버섯, 다시마만 있으면 된다. 대부분 집에 있는 재료들이라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을 듯 하다. 앞서 올린 콩나물무냉국에도 애호박 국수에도 모두 요 채소국물이 사용되었다. 냉장고에서 3~4일간 보관할 수 있다니 미리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면 좋을 것 같다.

암을 이기기 위해 선택한 자연식, 그 자연식에서 또다른 삶을 찾게된 이 부부. 뒷모습이지만 무언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만같은 흐믓한 기분이 드는 사진이다. 건강했을 때 보다 30kg이나 빠져 마치 해골같은 모습이었던 남편을 위해 선택한 자연식이 이제는 먹는 것 자체가 의무와 고통인 암환자들을 위한 <자연생활의 집>의 시작이 되었다. 이제 그 자연식을 바로 우리집 식탁에서도 맛볼 수 있을테지.. 먹는 것이 축복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건강한 자연식을 잘 먹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지는 밥상, 바로 여기 이 치유밥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