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는 묘한 매력이 있는 본격 추리소설 시리즈입니다. 특히 관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작가의 옹고집이 상당히 멋져 보이기도 합니다. 한 우물만 파다보니 매번 반복되는 패턴에 질릴만도 한데 아야츠지 유키토는 매 시리즈마다 이러한 단점들을 현란한 본격 추리소설의 기법으로 잘 무마하고 있습니다.

 

흑묘관의 살인은 1992년에 관리시즈의 6번째로 출간된 작품이자 관시리즈의 1부를 마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트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정말 섬뜩한 명작입니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십각관 살인사건(1987)>으로 본격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이후 <수차관의 살인(1988)><미로관의 살인(1988)><인형관의 살인(1989)><시계관의 살인(1991) - 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으로 이어져 이 <흑묘관의 살인(1992)>로 시리즈 1부가 마무리되게 됩니다.

 

관시리즈를 계속 읽다 보면 작품들의 수준이나 분량 등은 약간 편차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무언가 이 시리즈는 맘 먹고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있다는 것이죠(물론 작가는 매 작품마다 혼신의 정열을 다했을 것입니다만). 지금까지 읽은 관시리즈 중에서는 역시 <시계관의 살인>이 가장 뛰어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재 관시리즈 2부의 첫번째 작품이자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작인 <암흑관의 살인(2004)>를 읽고 있는데 다 읽어보고 나서 <시계관의 살인>과 우열을 가려볼 작정입니다.

 

그렇지만 매 작품마다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괴상한 건축가가 지었던 저택을 배경으로 한 기괴한 설정과 본격 추리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애정은 관시리즈 전체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크나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흥미가 가는 추리소설 시리즈라 할 수 있겠습니다.

 

<흑묘관의 살인>은 시리즈 전체적으로 볼때 경량급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따라서 소설 측면에서 대작이라고 보기에는 그렇고 작품의 수준 역시 십각관이나 시계관을 넘어서는 수준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역시나 본격 추리소설이 갖는 장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독자 추리 후려치기죠.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범인을 추리하게 하는 동시에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본격 추리소설이 가지는 매력이라면 이 작품은 매우 뛰어난 추리소설이라 할만 합니다.

 

특히 다른 본격 작품과는 또 다른 흥미있는 트릭이 관심을 끄는데 이른바 장소의 트릭이라고 할까요? 작품 내내 작가가 무한한 힌트를 주고 있음을 작품 후반부에 가서야 깨달은 나의 부족한 추리력을 두고 안타까워 하기도 하면서도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등 읽는 재미가 상당한 작품입니다. 분량도 적어서 부담도 없기도 합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역시나 본격 추리소설이 갖는 공통의 문제점인 스토리와 개연성의 부족함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트릭 등 추리소설의 요소 등은 메이저리그 급인데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와 왜 살인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 등은 여전히 조금은 의아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동기에 대한 이유를 독자에게 너무 강요하는 듯한 것은 아무래도 좀더 보완해야 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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