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래된 것이라 생각하자"

 

고전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현대 문학계에서 인기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매니아층이 있는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실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약하다는 반대말과 그 다지 다름이 아닌게 현실이죠.

 

저는 코넬 울리치...실은 윌리엄 아이리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추리소설사에 빛나는 서스펜스의 대가의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모든 것을 떠나 출판사인 페이퍼 하우스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냉혹한 출판 현실을 잘 아는 이들이 결코 몰랐을리 없습니다. 아마 그다지 많은 사람이 읽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것은 알고 있었겠죠.

 

그러나 이들은 이 고전 명작을 과감히 국내에 소개했고, 저는 덕분에 귀한 소설을 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이 각박하다보니 소설보다는 실용서적이나 <잘 살아 보자는 책>이거나 소설도 너무 인기작에만 편중되는 국내 출판계에 홀로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코넬 울리치는 앞서 부연한데로 윌리엄 아이리쉬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환상의 여인>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앨러리 퀸의 <Y의 비극>과 더불어 3대 추리소설이라 불릴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도 읽어보았는데 고전의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더군요. 아마 사랑하는 아내가 살해당하고 살인범의 누명을 쓴 남편의 모델은 이 작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쉽게도 <검은 옷의 신부>는 고전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무척 뛰어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의 향기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초기 미스테리의 느낌을 갈구하는 독자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줄 수도 있겠으나 자극적이거나 현대의 미스테리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에게 큰 어필은 다소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현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시대...지금의 기준으로는 아마 첫번째 살인 후 하루만에 검거되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또 그러한 것이 현대에는 통하지 않는 과거스러움이 다른 고전에 비해 좀 진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전으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는 무척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서스펜스라는 장르의 효시격인 작품으로서 미스테리 소설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이나 크며, 스토리 자체도 지루하지 않고 몰입력도 강한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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