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블록은 미국의 저명한 추리소설 작가로 보통 하드보일드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고정관념이 많이 상쇄된 듯 합니다.

 

우선 이 소설의 시대배경이나 캐릭터들, 특히 주인공 매튜 스커더는 영락없는 하드보일드 내음새가 물씬 풍기는 등 모든 안내판이 하드보일드로 흐르고 있지만 정작 소설 자체는 상당히 깔끔한 추리가 돋보이는 추리소설입니다. 마치 예전 소시적에 열광하며 즐겨 시청하던 형사 콜롬보를 보는 듯한 느낌! 바로 그 것입니다.

 

굳이 하드보일드라고 한다면 과거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채 커피에 버번(미국의 옥수수를 증류한 미국산 위스키)을 타마시며 고독을 즐기지만 정의와 여자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마초 기질의 전직 경찰 매튜 스커더의 모습이 강한 남자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이 소설은 스토리가 무척 현실적이고 재미있습니다. 경찰조직을 배신한 경찰을 고발한 한 창녀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되는 매튜 스커더의 여정을 함께 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얼마나 편협하고 그릇된 판단과 행동을 하는지 다시한번 엿보게 됩니다. 그 과정이 커피에 탄 버번을 마시는 것 만큼이나 씁쓸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민낯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만큼 잔인한 동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먹질이 아니라 여러 인물에 대한 취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 그리고 추리가 영미권 소설 치고는 상당히 깔끔하며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범인은 과연 누구일지...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몰입감 마저 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상당히 분량이 짧은 편입니다. 마음 먹고 읽으면 하루를 넘기지 않을 것 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로는 상당히 재미도 있고, 수준도 높은 책인 것 같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최정상급 추리소설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로렌스 블록의 작품을 한 번 더 접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기뻤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로렌스블록, 경찰, 탐정, 창녀, 매튜스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