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천황의 이단아'는 이 작품의 해설에 수록된 말입니다. 솔직히 저도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일본 본격 미스테리 2세대 작가로 떠오른 '마야 유타카'를 가리켜 일본에서 만들어낸 조어인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던 멋진 말 같으며, '마야 유타카'는 이런 멋진 수식어가 붙어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작가란 생각이 듭니다.

 

<애꾸눈 소녀>는 3대에 걸쳐 같은 이름을 이어가며 탐정의 업을 이어가는 '미사사기 미카케'라는 애꾸눈 소녀탐정의 힘겹고도 끔찍한 탐정 데뷔 스토리를 그리고 있는 본격 미스테리물입니다.

 

배경은 1985년과 2003년으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스가루'라는 살아있는 마을신을 섬기며 현재의 시류보다 과거의 인습이 더 중요한 스가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마치 에도막부 시대나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일본같은 오래되고 폐쇄적인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왠지 고즈넉하면서도 음울한 분위기가 작품을 지배하고 있어 본격 미스테리 소설의 배경으로서는 딱 좋은 상황이 되겠습니다.

 

'스가루'가 나타나 거문고 줄로 용의 목을 떨어뜨렸다는 스가루 전설은 이 소설이 본격 미스테리로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휼륭한 모티브를 제공합니다. 이미 저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은 이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이 오래된 전래동화같은 전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당차지만 사랑스러운 소녀 탐정 '미사시키 미카케'를 돕는 순진한 보통남 '다네다 시즈마'가 되어 범인을 잡기 위해 열심히 책장을 넘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한 작품이 아닙니다. 제가 요 근래 읽은 추리소설 중 가장 범인 맞추기가 힘들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야츠지 유키토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역작들을 뛰어넘는 부분까지도 보입니다. 만족도 측면에서는 요꼬미조 세이시의 <옥문도> 정도의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꽤 높은 수준의 본격 미스테리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제 추리(라고 해봤자 결국은 범인 찍기...ㅠㅠ)는 결국 다 빚나갔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본격 미스테리 대상', '본격 미스테리 베스트 10'에 오른 화려한 이력에서도 예감이 왔듯이 사실 읽기 전부터 재미있으리라는 예감은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역작입니다.

 

보수적인 민간신앙, 연쇄살인, 탐정 등 추리소설이 갖추어야할 모든 요소에다 가족애, 남녀간의 사랑, 인생의 쓸쓸함 마저 느끼게 하는 작품성 등 여러가지 부가적인 감성요소도 가득합니다. 근래에 보기드문 명작이라 생각하며 더 이상의 칭찬은 사족이 될 듯 하기에 여기서 줄이고자 합니다.

 

본격 미스테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어쩌면 제가 너무 늦게 읽은 지도...ㅠㅠ)

탐정, 소녀, 애꾸눈, 민간신앙, 마야유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