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작품의 유명세에 저도 한번 구입해 읽어 보았습니다.

 

처음 이 작품이 나왔을 때는 왠지 코믹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 '이 건 내 스타일이 아니군' 하고 생각하며, 읽을 의도조차 없었는데 자꾸 리뷰가 뜨고 후속작까지 나오니 왠지 한번 읽어보고 싶더군요. 그리고 읽어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역시나 생각대로 일본의 유머포인트 + 본격추리가 가미된 작품입니다. 역자 후기에 작가인 히가시가와 도쿠야를 두고 유머 미스테리 작가라는 칭찬을 하는데 이건 참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장르의 특성상 미스테리는 정통 미스테리만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갈수록 취향이 복잡해지고 눈높이가 높아져만 가는 독자들을 위해 다양한 변신을 꾀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미스테리는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게 됩니다. 공포, 유머, 정치성, 무협, 시대극, 연애, 사회상 등등 정말 말 그대로 어떤 장르를 갖다 붙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바로 미스테리 즉 추리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성공할 확률도 꽤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합이 매끄럽지 못하면 그 작품은 인정받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어차피 정통 미스테리가 아니라면 얼마나 자연스럽게 미스테리와 새로운 장르를 연결시키느냐가 성공의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정말 대성공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유머와 추리가 50%의 비율로 잘 배합되어 있습니다.

 

먼저 이 작품에 흥미를 끌어 당기는 핵심요소인 유머코드가 상당히 좋습니다. 우선 설정 자체가 흥미로운데 재벌가의 영애인 여형사 레이코, 부잣집 도련님(우리나라로 보면 중견기업의 아들 정도?)이면서 늘 잘난척하는 가자마쓰리 경부, 원래는 프로야구 선수나 사립탐정이 되고 싶었다는 독설 수다쟁이 집사 가게야마. 이 3인이 이끄는 천방지축 유머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작가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력이 셉니다.

 

추리요소도 꽤나 간략하면서도 납득이 갈만한 본격 미스테리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원래 유머가 결합되어 있다고 해도 이 작품의 출신은 미스테리이기에 이 부분이 빈약했다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조용히 사라졌으리라 봅니다. 물론 미스테리의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후속작을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오랜만에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미스테리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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