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루헤인이 대단한 작가라는 점은 새삼스레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인 <살인자들의 섬>과 동명영화의 원작인 <미스틱 리버>만 해도 이 작가의 작품이 얼마나 놀라운 작품들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명작들에 비해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국내에서 만큼은 그다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빈민가 출신의 남녀 사립 탐정인 켄지와 제나로가 펼치는 이 시리즈는 사실상 오늘날의 데니스 루헤인이 있게 해준 작품들이기 때문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세이머스 상을 수상한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전쟁 전 한잔>으로 그는 주목받는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이 시리즈 작품을 저 역시도 다 읽어보지 못해 참 아쉽네요. 참고로 이 시리즈 중 <문 라이트 마일>까지 해서 3권을 읽은 느낌을 말한다면 현재의 미국사회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할 정도로 적나라하고 잔인하고, 아프게 묘사하고 있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켄지와 제나로의 사랑 싸움이나 유머코드가 살아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가슴 아픈 내용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작품을 읽고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게 다행스럽게 여겨질 정도 였으니까요.

 

국내에서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황금가지의 노력으로 <전쟁 전 한잔>, <어둠아 내 손을 잡아라>, <신성한 관계>, <가라, 아이야 가라(상)(하)>, <비를 내리는 기도>, <문라이트 마일> 총 6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습니다.

 

위 작품들을 다 읽어보지 못한 것도 아쉬운 마당에 <문라이트 마일>을 읽으면서 <가라, 아이야 가라>를 읽지 않고 이 작품을 읽은 것은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 <문라이트 마일>은 <가라, 아이야 가라>의 후속작이자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혹은 지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모두 읽은 독자들, 특히 <가라, 아이야 가라>를 읽은 독자들에게 감정이입이나 몰입도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시리즈의 이해도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편인 <가라, 아이야 가라>도 읽어보지 않고 이 책을 읽다보니 추측으로 전편의 내용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작품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제가 읽은 기존의 두 작품보다는 분위기가 많이 훈훈해지고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왠지 이제는 세상 걱정 안하고 살아보겠다는 듯,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과 모든 것을 정리해버리는 느낌이 강해서 의외로 편안하게 읽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시니컬하고 죽음 앞에도 초연할 정도의 강심장이었던 패트릭 켄지가 이제 한 집의 가장이 되어 죽음보다도 무서운 생계걱정(ㅠㅠ)을 하는 장면은 참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총알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가족의 생계죠...휴~

 

작품의 분위기 상 <켄지 & 제나로>시리즈는 아쉽게도 여기가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다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마무리라니 아쉽구요, 기존에 나온 시리즈 중 읽어보지 않은 작품들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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