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고 매혹적이며 치명적이다"

 

요즘 국내 소설계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신작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스테리 장르의 작품이기에 읽기 전부터 무척이나 기대가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전혀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자랑은 아닙니다만..)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심정으로 잔뜩 기대하며 읽기 시작해서 조금만 재미가 없거나 식상했다면 내 기대를 무시한 죄로 엄청난 악평을 쏟아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의 번뜩임에 감사의 마음을 느낍니다.

 

일단 이 작품은 정형적인 미스테리 작품은 아닙니다. 장르 자체가 모호한데요, 아주 쉽게 말하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스릴러 계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막연히 동경하는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정상적인 파리지엥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이민자, 범죄, 악취와 배설물 냄새가 가득한 파리의 어두운 면을 강하게 부각시키면서 파리 10구에서 최하층의 믿바닥 생활을 하는 미국인 교수 '해리'와 헝가리 출신의 5구 여인 '마지트 카디르'의 사랑, 집착, 복수, 연민, 두려움, 공포 등을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정통적인 미스테리 애독자라면 '이 작품은 상당히 변칙이다, 문제가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미스테리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깝습니다. 복수와 애증의 광기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현실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중구조라 이해하고, 마지트와 해리의 이상하고도 기괴한 사랑을 느껴보면 이 작품의 진한 맛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장을 덮고 '마지트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트는 비단 해리의 연인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내 마음 속에도 있고,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있죠. 인간의 어두운 감정이 만들어낸 만인의 여인. 그것이 바로 '마지트'의 존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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