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문학공모전 당선작 1탄 <섬 그리고 좀비>를 읽은 지 벌써 2년이 지났군요.

 

당시 좀비에 대한 신선한 소재와 참신한 시도 등을 펼친 작품들을 접하며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단편 <세상의 끝 어느 고군분투의 기록>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던 어느날 '쿵' 하고 등장한 ZA문학공모전 당선작 2탄 <옥상으로 가는 길, 좀비를 만나다>! 이제 썩어 문드러진 좀비의 살을 파고들듯 해부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ZA 공모전 작품들을 보면 1회 당선작과는 왠지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뭐가 달라졌을까? 제 생각엔 좀비소설에 좀비가 없다...라는 것입니다(4편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하면, 좀비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한 소도구로 쓰인 느낌이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세상살기가 참 각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좀비의 세계에 21세기 대한민국 사회가 그대로 놓여져 있는 모습을 보며 보다 한국적인 좀비사회의 모습을 그렸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1편의 두번째 작품 <어둠의 맛>같은 왠지 코믹하면서도 좀비가 주인공인 그런 독특한 작품이 하나정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 있네요.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좀비소설이 갖는 아슬아슬함과 절망 그리고 재미는 2편의 네 작품 곳곳에 살아있습니다.

 

1. 옥상으로 가는 길 - 인간의 본성은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살아있다!

 

좀비세상에서 한 건물에 고립된 사람들. 이들에게 주어진 고민은 취업고민, 돈고민도 아닌 오로지 먹고 생존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밥줄은 무엇일까에서부터 이 소설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공부를 잘 해야 할 까요? 아님 잘 생기고 키 크고? 말을 잘 해야 하나? 아닙니다. 이 건물에서 대장은 바로...

 

인간들이 이기심, 잔인한 본성. 만약 좀비세상이 되었다면 이를 미워한 신의 징벌은 아니었을까요? 분량은 가장 짧지만 상당히 강력한 작품으로 결말이 좀 씁쓸합니다. 우리네 인생이 다 그렇듯이요.

 

2. 연구소B의 침묵 - 친구를 잘 사귀어라...

 

개인적으로 네 작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좀비문학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 문제입니다만 공포감과 좀비물에서 느낄 수 있는 섬뜻한 느낌이 가장 잘 살아난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친구가 웬수다'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솔직히 가장 친한 친구지간이라도 왠지 모른 미움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애증이라고나 할까요? 질투라고 할까요? 아무튼 두 천재 공학도 친구들이 보이는 좀비 퍼포먼스는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3. 나에게 묻지 마 - 농촌사회라고 다르진 않다...

 

저는 농촌사회를 겪어봐서 이 작품에 상당부분 공감을 느꼈습니다. 흔히들 넉넉한 시골인심, 언제나 따뜻하게 반겨주는 미소를 떠올리게 되고 실제로도 포근한 고향같은 농촌사회이지만 그곳에도 갈등과 반목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도시는 서로의 무관심으로 철저히 나 자신을 나의 가정, 나의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 가두어 버리지만 농촌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흔히들 이웃집 수저 갯수까지도 안다는 말이 절대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가끔 느낍니다. 비밀이 없는 사회, 그리고 이해관계가 상충되면 나타는 갈등은 도시와는 또 다른 성격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농촌의 현실을 떠나 인간의 잔인한 면을 너무 부각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 였으니까요. 그리고 다소 사회고발소설의 분위기까지 풍겼던 것 같습니다.

 

작품전개면에서 다소 너무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해서 흐름을 좀 놓쳤던 것도 같습니다. 좀만 더 다듬어 장편으로 가면 또 다른 결말도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4. 별이 빛나는 밤에 - 그래! 사랑이야!

 

이 작품은 마지막에 실려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주제 역시 사랑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어떤 결말이 오는지 조용히 지켜보는 것으로 족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좀비가 무서워도 사랑의 힘을 이길 수는 없겠죠^^

 

좀비를 대하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장르소설이 굳이 사회현실을 조명할 필요가 있을까 늘 생각해 오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작가분들의 시선이 현실에서 조금은 픽션으로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 시대를 이끌어나갈 전도유망한 작가분들의 필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써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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