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기를 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보물을 발견한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별다른 기대없이 손에 들었던 이 소설이 오래간만에 미스테리에서도 보기드문 참신한 즐거움을 선물해 주어 지난 주말은 더 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클래식이야말로 미스테리와 찰떡 궁합을 만들어주는 좋은 소재라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밥위에 비벼먹는 토화젓같이 미스테리의 맛을 더욱 좋게 해주는 재료로서의 효용만 있다는 오해와 편견에 쌓여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 <안녕, 드뷔시>를 읽어보니 이러한 편견은 절로 깨지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이야말로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면서 미스테리의 요소를 양념처럼 뿌린 예술소설이었습니다. 이런 특이한 장르소설을 본 적이 없기에 더욱 신기하고 그 희소성은 밝게 빛나는 것 같습니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그야말로 우리한테는 생소한 작가입니다. 데뷔도 상당히 늦은 늦깍이 작가인데, 아마도 그가 미스테리 작가로 데뷔하기 전 살아온 인생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가 이 책 한권에 집약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클래식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아름다운 해설은 클래식 좀 들어봤다고 뻐기던 내 자신을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쇼팽, 드뷔시를 비롯한 명곡에 대한 그의 해설은 장차 클래식을 감상하고 그에 대해 논할때 교과서로 삼아도 될 정도로 아름답고 논리적입니다. 주인공이 쳐 내려가는 피아노 선율과 작가의 해설의 어우러져 마치 연주회장의 연주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이 소설은 여기에 한 가지 더 재료를 첨부했는데 그것은 바로 성장소설의 요소입니다. 부모의 성화로 피아노를 치던 한 여학생이 사고를 겪고, 마사키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음악에 눈을 뜨는 그 생생한 과정들이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성장소설을 보는 양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 소설이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즉 이 소설은 엄연히 미스테리입니다. 실은 소설의 재미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 부분은 바로 이 미스테리적인 요소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과 성장소설로만은 다소 흥미도가 떨어질 수도 있었던 스토리 라인이 미스테리 요소가 들어가면서 무척이나 탄탄해 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묘한 점은 미스테리 자체는 어려운 것은 아닌데 스토리에 몰입하다보니 깜빡 판단을 잘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미리 알아버리면 작품의 재미가 덩달아 떨어져 버리므로 과감히 봉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대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만 표현하고자 합니다.

갈수록 기발하면서도 아름답고,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미스테리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드뷔시, 쇼팽, 파가니니, 클래식,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