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이 왜 <지하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인지는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 제가 보기엔 <막장녀 구출작전>이나 <꺼진 불도 다시보자> 정도 붙이면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정통 미스테리의 범주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해외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곰팡이 냄새나 책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유머가 넘치는 세련된 스타일의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재미있다는 것, 단점은 좀 뻔하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일단 재미있다는 점에 대해 말하자면, 닐 캐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만큼 닐 캐리의 성장사가 쭉 펼쳐지면서 그가 맡은 첫 번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한편의 영화처럼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약간 느슨한 전반부하고는 다르게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임무를 수행하는데 따른 각종 사건들과 두뇌싸움이 활발하게 펼쳐져 갑자기 속도감이 생기며 흥미진진해 집니다.

 

닐 캐리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가문의 친구들>이라는 조직과 닐의 아빠 그레이엄, 닐과는 원수지간인 레빈 그리고 철없는 듯 하지만 아픈 상처도 있는 엘리, 악당두목 콜린과 그의 졸개들에 이르기까지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골치아픈 내용도 없고, 그냥 장면 장면을 영화보듯 즐기면 됩니다.

 

단점이라면 장점이 극대화 되다보니 생기는 것들이 도리어 문제가 되는 케이스들입니다. 왠지 긴장되지 않는 상황. 물론 상황별로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서양의 특성상 '아무리 힘들고 고생해도 결국은 잘 될 거야'라는 생각때문에 다소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이 소설뿐만 아니라 서양의 영화나 책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문제점을 숨기기 위해서 작가는 다양한 사건 전개와 작은 반전들로 작품에 양념을 뿌려놓고 있습니다.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평소 추리소설은 골치아프다고 생각했거나 묵직한 추리소설 한권 다 읽은 후 잠시 '흥미진진한 것 없나' 하는 생각을 했던 독자라면 꽤나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하에부는서늘한바람, 부통령, 런던, 탐정,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