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미스테리 소설계의 스타입니다.

깜놀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요, 특히 <용의자X의 헌신> 같은 경우는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백개여도 부족하지 않을정도 입니다. 감히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만 하죠.

작품도 정말 많습니다. 인기가 많아서 국내에 그의 작품이 더 많이 출간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많습니다. 수십권이 국내 미스테리 서고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작품들도 모두가 용의자X의 헌신 정도는 아닐 지 몰라도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책 사서 후회하는 일은 없다는 거죠.

그의 인기 비결은 뭘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작품을 보면 아주 유명한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별로 고민하지 않고 팍팍 쓰는 느낌이 좀 듭니다. 좋게 표현하면 주저없이 이야기를 마구마구 풀어나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지루하지도 않고 정신없이 작가가 풀어놓는 사건전개를 따라가다보면 이미 책은 끝나 있습니다. 참 희한합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좀 더 나가 이것이 과연 미스테리인가 의심이 들기도 할 정도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본격 미스테리 작가로 출발했지만 요새 그의 작품을 보면 본격하고는 완전 등돌렸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도리어 이제 미스테리에서 벗어나 독특한 장르를 독자적으로 형성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새벽 거리에서>는 제 기준으로 본다면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솔직히 살인사건이 벌어지긴 하지만 어느정도 미스테리 애호가 분들은 이 정도 사건은 단숨에 뭐가 어떻게 된건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사건 자체는 무척이나 단순합니다.

도리어 독자의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주인공 와타나베의 아슬아슬하면서도 달콤한(?) 불륜의 종착역은 과연 어딘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슬쩍 유부남인 저도 감정이입이 되면서 은근슬쩍 미소짓게 되는...그런 재미가 있는 연애 미스테리라고나 할까요?

미스테리를 양념으로 하니 불륜의 아슬아슬함과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하게 변하는 와타나베와 여주인공 아키호의 심리와 행동의 묘사가 참 재미있습니다. 책 한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4시간. 제가 읽은 기록으로 최단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여간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작가의 모습이 갈수록 흥미로워지는 듯 합니다.

히가시노, 연애, 불륜, 새벽거리에서, 발렌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