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제가 아이였을때도 그랬을 것이고 지금 아빠가 된 입장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아이들의 자유를 속박해버리고 마는 일이 비단 남을 보지 않더라도 우리 가정에서조차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부모의 관심이 빚은 배드앤딩의 사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바다를 한 참 건너 있는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일어난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이 왠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은 관심이 갑니다.

 

아이슬란드를 떠나 유럽을 대표하는 진정한 미스테리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슬픔이라는 것을 잘 아는 이입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왠지 모르게 솟아나는 슬픔의 감정.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여러가지 엇박자 속에서 상처받는 영혼들의 슬픈 목소리가 거친 EP판의 음색으로 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장르로 보자면 형사소설이고 '후더닛' 계열의 작품인데 다른 여타 작품들과는 완전 다른 모습인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아날두르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철저한 탐구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생을 잃어버린 죄책감에 시달리는 에를렌두르 형사는 명탐정도 아니고, 멋진 미남 형사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는 일찌감치 이혼했고 딸은 마약중독자이고 아들은 알콜중독자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 패배자의 모든 요건을 두루 갖춘 형사반장은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면서 인간과 인간이 빗어내는 추악한 모습, 욕심, 그리고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그리고 형사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이 모든 사건들에 대한 해답을 내리려 애를 씁니다.

 

우리는 이런 그의 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아이슬란드의 어느 거리나 도시로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 <목소리>의 키워드는 사건이 아니라 바로 '가족'과 '집' 입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정신적, 물질적으로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입니다. 형사반장 에를렌두르는 평생을 가족과 떨어져 호텔 지하에서 생활한 한 도어맨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아무도 없는 집을 떠나 호텔에서 크리스마스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임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마무리되며 자신의 딸과 단 둘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가족에게 버림받은 과거의 스타소년이 들려주는 천상의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향합니다.

 

이 <목소리>를 끝으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 중 국내에 출간된 세 개의 작품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주받은 피>에서부터 <무덤의 침묵> 그리고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그와 함께 했던 아이슬란드의 추리여정은 정말 쉽게 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기쁨이자 좋은 경험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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