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된 조선의 임금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조선은 유교사상으로 인해 생겨났고 또 그 유교사상(정확히는 성리학)때문에 망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때 조선이 좀더 개방적이었다면....이나, 차라리 유교가 없었다면...등등 넋두리를 하곤 합니다만 사실 이것은 제 생각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유교는 정말 좋은 사상이자 인간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데 더 없이 좋은 이론입니다. 임금을 충심으로 모시고, 부모를 공경하고, 스승을 존경하고, 모든 일에 예의범절을 지키고, 인의를 중시여기는...이 보다 더 좋은 사상과 이론이 어디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자고로 중국의 영향권에 있었던 모든 나라들은 한결같이 공맹지도를 숭상했습니다. 특히나 임금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는데 이것 만큼이나 안성맞춤인 사상이 없었으니까요. 공맹지도를 어기는 자는 인간도 아닌 세상에서 으뜸 원리인 군왕에 대한 충성은 유학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신하들이 알아서 지킬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군주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장려하였고, 그 결과 유학은 춘추백가의 모든 학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조선은 적어도 겉보기엔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이 있었지만 대부분 왕권이 무척이나 안정되어 있었던 시절로 여겨집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유학자도 결국은 사람입니다.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까지도 유학으로 씻어진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입니다. 조금 순화시켜주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유교사회의 붕괴는 임진왜란이라 하지만 사실 제 생각에는 이미 중종반정때부터 신권이 왕권을 앞질렀다고 생각합니다.

신권이 왕권을 앞지른 순간 사대부라 불린 이들은 조선을 왕의 나라가 아니라 신하의 나라로 만들어 버립니다. 환관이 발호한 것도 아니고, 외척의 세력이 생각보다 강했던 것도 아닌 조선에서 사대부는 사실상 조선왕조의 지배자였던 셈입니다.

여기에다 조선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유학을 종교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즉 학문을 너무나 숭상하다보니 이것을 종교로 까지 발전시켜 버린 것입니다. 왜 학문이 종교가 되었을까요? 그래서 유학의 영수들은 그들에게는 교황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고, 그들의 눈에는 왕이 점점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왕권이 강하다고 해서 조선이 잘 되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세종조같이 현명한 임금이 자신의 생각을 국정에 잘 반영하여 크게 흥했듯이 소현세자나 정조같은 시대에 이러한 분위기만 조성되었다면 그 후 역사의 흐름은 크게 변했을 것은 불보듯 뻔하기에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픈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 책에 나온 임금들이 모두 암살 되었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크게 보면 신하들의 불충 또한 이들에게 심대한 병의 근원이었다고 볼 수 있기에, 제 명에 못살고 간 임금들의 인생은 점점 성리학에 질식해 죽어가는 조선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여 책을 보는 내내 입맛이 쓰더군요.

다만 이젠 이러한 과거를 그만좀 반복했으면 합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다 좋은 것은 본받고 잘못된 것은 배우지 말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종, 소현세자, 정조, 효종, 경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