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별 3개냐...4개냐...5개냐..

미스테리를 읽고 리뷰를 쓰기전에 이렇게 별 숫자때문에 고민해보기는 처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올해 제가 읽은 책 중에 제일 괴상한 미스테리 한편 선정해보라면 단연 이 책!! 하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마이너한 작품도 아니고 미스테리를 아는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작가의 유명작품이니...늦게 접한게 죄라면 죄겠지만 서도 참 독특하면서도 괴상한 작품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별 다섯개를 부여한 시점에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괴상망측하지만 재밌다"고 말입니다.

우선 이 작품은 읽기 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하냐에 따라 느낌이나 재미정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저 처럼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읽는 내내 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뭐야? 이런 말도 안 되는....'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허무맹랑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요괴소설에 미스테리(혹은 추리라 해도 무방합니다) 형식을 덧붙인 소설이라고 본다면 이 작품은 진정한 걸작입니다. 즉 괴이하고 괴상한 사건들을 풀어헤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연결되어지는 미스테리의 끈끈한 선이 도처에 깔려있다가 결국 하나의 실타래로 완벽하게 묶여지는....정말 책장을 덮는 순간 고금에 보기힘든 멋진 결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한 수십여장은 한시도 눈을 못떼겠더군요. 물론 그 대목에서도 정통 본격추리라면 말이 안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 소설가의 정신세계가 원래 이런 걸 뭐...'하면서 읽어내려가면 의외로 말 되는 구석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더욱이 아이를 낳다가 죽어 다른 아이를 훔쳐 달아나는 우부메의 전설과 빙의와 저주로 얼룩진 구온지가의 비극적인 저주의 윤회가 여러 미스테리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것은 정말 천재가 아니면 생각해 내기 힘든 구성이라고 여겨집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정말 뚜렷해서 하나같이 영화를 본 것 처럼 기억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습니다. 어찌보면 불쌍한 구온지 료코와 교코 자매, 왠지 멋있는 남자 교코쿠도, 정말 밥맛없는 얼간이 주인공 세키구치 그리고 명탐정(맞나?) 에노키즈, 박력 형사 키바, 똘똘녀지만 문제해결엔 도움이 안되는 추젠지 아츠코, 문제남 나이토 등등...바로 영화화 해도 될 정도입니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역시 유명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물론 다 좋은 것은 아니긴 합니다. 무엇보다도 교코쿠도와 세키구치가 한번 대화하기 시작하면 물론 사건해결을 위해 도움되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 놈의 장광설은 왜 그렇게 긴지...정말 S.S.반 다인의 두 페이지 대사는 아무것도 아닐 지경입니다.

책 보면서는 참 싫은 게 많았는데 리뷰는 왠지 칭찬을 늘어놓았군요. 분명 개성 넘치고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소설 임에 틀림없습니다.

교코쿠나츠히코, 빙의, 우부메, 여름,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