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놀이터.. 노는 아이들이 점점 사라져 갑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은 경쟁력과 스펙을 위해 놀이터 대신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고,  

뛰어놀기 위해 유아 스포츠 센터나 축구클럽에 가입하고, 방문교사와 함께 게임을 하며 창의력을 교육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이런 아이들을 챙겨야하는 엄마들의 현실 열시 고달프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현실에도 지금 뒤처지면 영원히 낙오자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등 떠밀리듯 엄마도 아이도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경쟁열차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용기를 내어 아이를 놀게 해주려고 해도,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 친구들이 있는 학원으로 가야한다는 아이들의 서글픈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사전적 의미의 '놀이'의 뜻을 찾아보면 "신체적/정신적 활동 중에서 식사, 수면, 호흡, 배설 등 직접 생존에 관계되는 활동을 제외하고 '일'과 대립하는 개념을 가진 활동" 으로 규정하고 성인에게는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을 전환하는 도구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사회의 습관을 익히고 심신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놀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할머니와 함께 어린이집과 집만 왕래하던 아이를 데려와 놀이터에 처음 데리고 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또래 아이들보다 느리게 뛰거나 오르고, 아이들끼리 몸으로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섞여서 놀아야 하는지를 모르던 녀석이 차츰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형들과 뛰어놀면서 나름의 놀이터 생존방식을 터득해가던 그 모습이요. 아이는 놀이를 통해서 자신만 알던 모습을 벗어나 규칙, 순서 그리고 양보를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유려하게 표현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맘을 그만두고 아이를 맡아 기르면서 보게 된 아이의 그 변화가 너무 뚜렷해서 일부러라도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게 되었던 기억.

물론 책에서는 '놀이는 아이가 재미있고 즐겁게 무언가를 배우고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교육' 이라고 생각하곤 하는 부모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놀이=교육' 이라는 공식은 절대로 성립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놀이는 온전히 놀이일 때만 그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책의 <1부>에서 연령별로 나타나는 놀이의 특성을 통해 아이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면서 놀이가 아이들의 본능이자 권리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2부> 에서 이성에 충실한 아빠놀이와 감성에 충실한 엄마 놀이가 아이의 발달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예시와 함께 서술해줍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여러 학자들이 이야기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개인의 성취를 위하여 뭔가를 참고 꾸준히 노력하는 과거와 현재의 산업시대의 노동보다는 이제 즐기면서 일을 창조해내는 직업을 가진 이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하죠. 진정한 '놀이' 가 가진 미래의 경쟁력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면에서 진정으로 즐기며 창조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죠.

책에서는 자발적이어야 하며, 목적이 없어야 하며, 놀이를 하는 내내 아이가 즐거워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놀이는 과연 무엇인가, 부모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가, 아이들의 창의성과 사회성을 촉진시키는데 필요한 진짜 놀잇감은 무엇인가에 대한 부모들의 궁금증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줍니다. 특히 요즘 화두가 되는 '아빠놀이'를 조금 더 부각시켜서 보여주고 있더군요. 엄마의 놀이가 '학습' 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많다면, 아빠의 놀이는 '재미'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이는 아빠와의 놀이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크게 향상된다고 이야기합니다.

" 엄마의 놀이태도가 진짜 놀이를 만든다 " 라는 글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고 동참하면서 그 놀이를 함께 즐기는 엄마였던가. 반성해보게 되죠. 놀이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고,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고, 놀이를 통해서 다른 사람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고 하죠. 진짜 놀이는 바로 이러한 것들을 모두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조언해줍니다.  

그래도 막연하시다구요? 그러면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 라고 생각하는 저같은 사람을 위해 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답니다. 따라해보고 응용해서 다른 놀이를 해봐도 좋을 것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점은 역시 '놀아주기' 가 아니라 부모도 '함께놀기' 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잃어버린 동심을 찾으면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거죠. 거창한 곳에 가지 않아도, 비싼 장난감이나 교구가 없이도 그저 몸놀이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점이라는 것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