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밴드 왜건
쇼지 유키야
작가정신 

 

인생에서 더 이상 아무도 좋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 만큼 굉장한,

 크고도 큰 러브지.

 

 

 

난 무슨 밴드 왜건이라길래 로커나 자동차 왜건을 떠올리고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왠걸, 도쿄에 3대째 이어져내려오는 헌책방 이름이었다. 실망이 컸지만, 무언가 있을까싶어 읽고 계속 읽어내려가는데 얼마나 피식 웃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재미는 없고, 그렇다고 그냥 덮기엔 아까운 뭔가 일본틱하면서도 아닌것이 정말 월화수목금요일 8시30분경에 했던 홈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홈드라마의 특징은 일단, 해피엔딩이어야 하고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고루 등장하며 또 그 캐릭터에 특징이 각각 부여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거나 어느 특정 연령에 한정되면 진정 홈드라마라 할 수 없듯이, 이 홈드라마틱한 소설은 증조할아버지부터 손자에 이르기까지 그 특징이 뚜렷하다. 하늘에서 집안의 에피소드를 내려다보고 있는 일명, '귀신' 할머니조차도 말이다.

 

등장인물이 꽤 많아서 앞 쪽에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이야기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나뉘어 전개된다. 책방이라서 먼지 폴폴 날리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도 아니고, 무슨 탐정 만화 비슷하게 이 대가족은 사건도 해결한다. 다분히 개성만점일만도 하다. 사건은 그 동네에 일어나는 가족사건을 비롯하여, 가족내에 응어리진 문제들까지 해결하고 만다. 유쾌하다고 해야할까... 읽어갈수록 이 홈드라마 보기를 잠시도 쉴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중간중간 이 가문에 내려오는 가훈들이 개성만점 인물들의 특별한 사건에 개입하여,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결코 무겁지도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를 시사하는 바가 전혀 없지도 않은 내용이다. 순문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시시한 대중문화라 딱잘라 말할 수 없는 풋풋한 사과같은 내용으로 말이다. 가나토는 시종일관 러브"라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사건을 해석한다. 이 철없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며느리를 위해 몇십년동안 고수해온 머리를 염색하기도 하고, 이 집안의 사위가 되기위한 파란눈의 외국인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융화되는 과정이며, 바람둥이 아오의 여인이 파란만장한 도쿄밴드왜건에 물들어가는 모든 일상사가 하늘의 구름처럼 예쁨! 그 자체다. 유쾌한 러브.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를 비단 일본 도쿄의 헌책방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언제부턴가 혹은 아예 없었던듯 사라져버린 대가족의 모습이 어린시절 풍경마냥 그려져있다. 때로는 귀신의 시점을 동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아의 마음을 닮은 듯 아슬아슬하기도 하다. 홈드라마처럼 몇번이나 시끌벅쩍하게 밥 먹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왠지 부럽고 아름답다.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단 생각에 실소도 나온다. 인생이 막장에 해피엔딩이면 홈드라마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저 비하인드 스토리는 독자 혹은 시청자의 몫일뿐. 아무튼 우리에게 없는 그 풍경들이, 손에 넣고 싶지만 결코 그럴수 없기에 안타까운 것이 가득차올라 원래는 없던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마치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그리움마냥. 그것이 가나토가 말한 러브며 도쿄밴드왜건을 지탱하게끔한 몇가지 가훈이 담고 있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시끌벅적하고 사사건건 간섭받는건 딱 싫어하는 나라도, 이런 가족이라면 단박에 오케이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개성만점 인물들이 아닌가. 할아버지도 귀엽고, 아이들도 똑똑하고.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도쿄밴드왜건, 쇼지유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