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일거야."

우주는, 평면이 아니고, 시간도 없어. 그리고 무수한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겹겹의 층 안에 시간과 온갖 것들이 다 들어 있고, 전부 이어져 있어, 마치 요술 상자처럼 말이야. 이건 어떤 이치로도 설명할 수 없고 그림으로 그릴 수도 없어. 어떤 부분이든 모든 부분과 통하게 돼있어. 깊숙한 공간이 한없이, 하염없이 겹쳐 있는 거야.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나타내 보려고 한 것이 만다라가 아닐까.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

절대 마음속에서 미리 묻어서는 안 된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별명을 가진 유리는 초반부에 신비주의의 이미지를 가지고 등장한다. 주인공 어머니의 죽음과는 무관하게 나타났다가, 아빠가 그 빌딩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그 할머니는 주인공과 관련 있는 인물로 변한다. 신비주의의 타인에서 나와 관련을 맺고 있는 아빠의 그녀로 변신한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와 허름하고 낡아빠진 빌딩, 그리고 그 내부의 거미줄 무성하고 오래된 먼지 냄새가 싫었을 주인공. 그러나 그녀는 아빠를 이해하고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죽고, 엄마의 부재 속에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계기로 삼은 아빠를 주인공은 서서히 용서해 나가기 시작한다.

부녀간에 정이 각별한 것도,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가정에 주인공이 크게 반대를 하며 격정적인 갈등 따위는 없다. 그러나 서서히 물드는 서로의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했다가, 점점 배경과 함께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처음에는 엄마의 죽음이 내내 따라다녔다. 아빠를 원망하는 마음과 이해하려는 마음이 공존 하고 있었다. 100% 미워하는 마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다. 아빠에게 지닌 이중적인 감정을, 바로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변화시킨다. 가녀린 몸매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색다른 삶과, 이국적인 정취, 특별한 보금자리가 문득 아빠에게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빠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역할은 엄마의 죽음이 아빠와 주인공에게 드리운 그림자를 치유한 것이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노력을 꾀하지 않고서도 그녀는 사람들의 정서를 치유하면서, 처음에 보였던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끝까지 연출해 냈다. 그래서 제목이 아르헨티나 할머니, 이국적인 소재와 신비스러움 그리고 그 맛깔을 잘 살린 요시모토 나라의 일러스트까지.

행복을 한 아름 안겨주진 않지만, 그곳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삶의 아르헨티나를 향해. 우리는 상처 받지만 또 치유하기 위해 '용서'를 한다. 세계 속에 잘 맞물려 가는 것이야 말로 크나큰 선물이자 하나의 용기이리라.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만나고 주인공은 그것을 깨닫기 위해,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가르침이 없는 고통은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