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철학

확실히 똑똑함은 당신을 짓눌리게 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똑똑해야 할 문제에 똑똑하지 못하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ㅡ 지성이 아니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위기는 영화 분위기이다. 영화는 물리적으로는 3차원이면서 정서적으로는 2차원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크기를 정하는 것은 하나의 사고 형식이고, 색을 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림에 대한 나의 직관은, <만일 당신이 그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그림이다>라고 말한다.

예술품을 넣어 둔 공간이야말로 낭비되는 공간이다.

이 나라와 관련된 위대한 점은, 가장 부유한 소비자라도 필연적으로 가장 돈 없는 소비자와 똑같은 물건을 사는 지점에서 그 전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진실로 원하는 어떤 것을 당신 손안에 두고 있으면 모든 것이 뒤틀린다.

나는 상업 아티스트로 출발했지만, 비즈니스 아티스트로 마감하고 싶다. 돈버는 일은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잘되는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다.

마음 속에서 내가 고독한 사람이 되는 순간 <추종>이라고 부를만한 어떤 일이 내게 온 것이었다. 무언가를 소망하기를 멈추는 순간 당신은 그것을 갖게 된다. 나는 이 명제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앤디 워홀의 철학을 읽고, 영화 <팩토리걸>을 봤더니 머리속에 대혼란이 찾아왔다. 시점이 너무나도 달라서 말이다. 앤디 워홀의 시점에서 본 그의 자서전에서는 역시 "멋지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그의 뮤즈 "이디 세지윅"의 편에서서 "이런 엉터리 예술가"라는 생각이 몇번이고 들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몇번 본적있지만 그의 영화는 어렴풋한 어떤 상으로서 내 머릿속에 존재해왔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영화는 정말 멋진 구성을 가진, 그러면서도 상업성이 짙은 모습을 한 흑백 영화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 펼쳐진 진짜 앤디 워홀의 작품은 전위영화였고, 한 여자의 인생이었다.

자서전이 난해한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그가 주장하는 <추종>에 관한 명제는 정말 내 마음속 새겨질만큼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앞 뒤에 등장하는 B와의 대화는 정말 난해하다. 그 B가 누구인지.. 그가 통화했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어렴풋하게 스쳐지나가도록 그나마 도와준 것이 <팩토리걸>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는 자신만의 삶을 깨우친 위대한 예술가면서, 동시에 멍청하기 짝이없는 남자였다. 게다가 소심증!

그가 말하는 예술이 잘 통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앤디 워홀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대통령도 할렘의 범죄자도 똑같은 콜라를 마실수 밖에 없는 나라. 이러한 예로 미국을 잘 표현한 앤디 워홀의 자서전적 표현은 분명히 하나의 글로서 매력적이고 한 권의 책으로서 의미가 깊다. 왠지 그가 영화와 미술에 그쳤다는것이 아쉽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나온 앤디는 너무너무 새롭다. 살아돌아온 것 같기도해서 붙잡고 싶어진다. 하얀 머리칼과 반점 투성이의 못생긴 예술가지만, 어째서 영화 속의 그는 목소리가 이토록 좋은것인지... 게다가 정말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것인지! 이디 세지윅 역할을 잘 소화해낸 시에나 밀러보다 나는 앤디 역할을 멋지게 해낸 가이 피어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니컬하고 소심증에 걸린 못생긴 예술가.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쳤지만, 그녀의 전부였던 사람.

<팩토리걸>이라는 하나의 영화에는 앤디워홀의 사람 중 한명이 이디 세지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모든 것이 그녀 중심으로 플레이 된다. 그녀는 앤디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중의 하나였으며, 앤디 워홀의 슈퍼스타 중 한명이었다. 그에게는 슈퍼스타가 항상 주변에 존재하고 있었고, 그는 그런 슈퍼스타를 가차없이 상업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디를 슈퍼스타로 만들고서는 가치가 떨어지자 가차없이 다른 이에게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돈을 버는 일도 예술이라고 여겼던 앤디 워홀 답다.

아무튼 그는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예술가였고, 팝아트의 슈퍼스타였다. 그림에 얽매이지 않고서 예술을 행했던 대표적인 작가였고 여러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신에게 해를 입지 않았던 단단한 정체성의 소유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못생긴 사람이 예술을 해야한다며 말하던 그에게도 죽음이 찾아왔지만, 어째서 앤디 워홀의 명제는 지금까지, 그리고 이 후에도 한동안은 잘 적용되리라 믿는다. 놀랄만큼이나 문득문득, 비록 사람들은 공유하려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앤디 워홀은 늘 대중을 염두해 두었지만, 결국은 그의 철학은 한 사람의 내면을 향한 일이었음을 그는 뒤에서 흘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