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만났다. 나름 신간에다 영화화된 것이라 반가웠을뿐 그저 기대감 없이 찬찬히 읽었다. 형제 얘기라니 그저 어렴풋이 밖에 공감하겠거니 싶었다. 게다가 어딘가 덜떨어지고(특히,연애에있어서) 살짝 오타쿠의 냄새도 나는 마미야 형제, 아키노부와 테츠노부 이다.

왜 사람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연애를 못해 불안해 할까? 그것이 그 연령때의 발달과업이라도 되는양 말이다. 솔직히 하면 좋고, 안하면 더 좋다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솔로는 1.5리터를 들이켜도 목마르고 커플은 한 모금도 나눠마셔도 배부르니 이거야 원. 여기 변변찮은 형제도 세상 수 많은 솔로 중 두사람이다. 서로 함께 지내며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그들이기에 여자는 꼭 필요치 않다. 독서를 즐기고 퍼즐을 하면서 각자 사회적인 일터에서 일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고 본인들은 말한다. 딱히 비웃을 사람도 없다. 비 정상적이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멀쩡해 보이지도 않는다.

혹시 취향이...? 라고 의심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다행히; 만년 짝사랑 담당이라 그렇지, 게다가 서로에게 고독을 묻어놓고 있어서 그렇지 형제도 사랑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 나이또래 남자이다. 다만 이번에의 상대는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이다. 형제를 둘러싼 여러사람이 등장한다. 그들도 모두 저마다 삶의 결핍된 부분을 고민하고, 뒤로 숨기며 때론 마미야 형제의 아늑함을 동경하기도 한다.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 그들 눈엔 더없는 행복으로 보일테니까.

어설프지만 현실과 잘 맞물려가는 순수한 형제의 일상을 마음이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가는 이 형제에게서 마음은 못 가져갈지언정, 그들이 만들어 놓은 작은 일상의 보물들을 가져가라며 인심을 쓴다. 형제 주위에서 벌어진 사랑과 그 사랑이 만들어 놓은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 시작도 않은 형제의 집에는 없다. 그들은 ing가 아니기에 이혼도, 불륜도, 권태도 있을 수 없다. 오직 훈훈한, 밋밋하지만 평온한 사랑과는 다른 차원이 정이 있을뿐. 모든 이성에게 이성의 감정으로만 다가가는 사람은 비록 매력을 있을지 몰라도, 인간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주고받는 상처에 무뎌지는 것은 백만개의 고독보다 더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마미야 형제에게는 연애의 순간적인 짜릿함 보다는 지속되는 평화가 더 어울린다. 그들 일상으로의 초대로써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그 '사랑'이라는 것에 상처입고 불안에 떠는 이웃을 치유하는 것이다. 

형제는 용감했다. 몸소 실천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 애인은 잘 생기고 능력있어야 할지 몰라도 친구는 그럴필요 없다는 것을.